북한에서 만들어진 필로폰을 밀수해 국내에서 유통·투약하다 적발된 탈북자 및 조선족 2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북한에서는 필로폰이 진통제처럼 이용되고 경조사에서도 주고 받는 등 일상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북한산 필로폰을 인천항 등을 통해 몰래 들여와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 향정)로 김 모씨(50) 등 조선족 8명과 최 모씨(53) 등 탈북자 16명을 기소하고 필로폰 약 810.7g과 투약에 사용된 장비 ‘돌비늘(운모)’ 등을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가운데 탈북자 7명, 조선족 5명 등 모두 12명은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탈북자들과 조선족들은 두만강 접경 지역이나 중국 단둥 등지에서 만나 북한산 필로폰을 구입한 뒤 몸에 은닉해 입국하거나 ‘도라지 상자’ 등에 숨겨 들여왔다. 탈북자들은 필로폰 밀수 정보를 공유하면서 ‘돌비늘’이라 부르는 운모판에 놓고 가열해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자들은 “진통제 대용으로 필로폰을 피우고, 경조사 때도 필로폰을 서로 나눈다”고 진술했다.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높다는 이유로 중국산이나 필리핀산보다 더 고가에 취급된다고 한다. 불순물이 적어 가열했을 때 더 많은 연기가 올라온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조사에서도 탈북자를 사칭한 최 모씨(30·구속 기소)가 전 모씨(26·구속 기소)에게서 중국산 필로폰 1g당 15~25만원에 구입한 뒤 이를 북한산으로 둔갑시켜 5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들이 연루된 마약류 관련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 97명이 적발된 데 이어 2013년에는 105명, 2014년 184명, 지난해엔 314명이 필로폰을 들여오거나 판매·투약·소지해서 처벌 받았다. 필로폰 압수량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836㎏, 13.64㎏, 20.828㎏, 26.878㎏으로 크게 늘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14일부터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가동하며 단속과 처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일부 등 관련기관에 수사 결과 보내 업무에 참고하도록 하고, 탈북자들이 마약류 범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보다 쉽게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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