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다음 문장 속엔 잘못 된 표현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틀린 표현을 찾을 수 없다.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 봐도, 소리 내 읽어봐도 고칠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번역 투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해 익숙해진지 오래다.
번역 투란 외국어 문체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한국인의 언어습관을 훼손하는 문체를 말한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번역 투 혹은 번역 투를 두고 ‘비틀린 문투’ ‘때 묻은 글’ ‘이질적인 요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번역서는 물론이거니와 신문, 방송, 책 곳곳에서 한국 고유 문체를 파괴하고 있는 번역 투. 혹시 나도 아무런 생각 없이 번역체를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보자.
1. ~해지기 위해
나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해지기 위해’는 영어에서 ‘for’의 번역 투다. ‘나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시작했다’로 쓰는 것이 맞다.
2. ~에 대하여/관하여
내가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
여기서 ‘~에 대해’는 영어에서 ‘~about’의 번역체 표현이다. 따라서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가 바른 표현이다.
3. ~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시험에서 떨어졌다.
‘~에도 불구하고’는 영어의 ‘even though’의 번역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나는 시험에서 떨어졌다’라고 쓰는 것이 좋다.
4. ~로 인해/인한
과로로 인하여 시력이 약해졌다.
‘~로 인해 혹은 인한’은 ‘by’에서 나온 번역체다. 이 때 ’과로로 인하여 시력이 약해졌다’가 아닌 ‘과로로 시력이 약해졌다’로 써야 한다.
5. ~에 비하여/비해
작년 중학생 평균 키는 예년에 비해 커졌다.
여기서 ‘~에 비해’는 ‘of’의 번역투다. ‘작년 중학생 평균 키는 예년에 비해 커졌다’는 ‘지난해 중학생 평균키는 예년보다 커졌다’로 쓰도록 한다.
6. ~을 필요로 하다
애완동물은 많은 보살핌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을 필요로 한다’는 영어에서 ‘require’을 번역한 표현이다. ‘애완동물에게는 많은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써야 맞다.
7. ~에/데 있어
검찰이 그 문제를 수사 중에 있다.
여기서 ‘~에 있다’는 ‘in/are going to’의 번역체 표현이다. 이 때는 ‘검찰이 그 문제를 수사 중이다’가 맞는 표현이다.
8. 갖다/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과 경기를 가졌다.
‘가졌다’는 ‘have’의 번역 투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과 경기를 했다’라고 써야 한다.
9. ~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서 ‘~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free from’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한국인 언어습관에 맞는 표현으로 고치면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로 쓰는 것이 좋다.
10. ~하는 중이다
철수와 영희는 서로를 사랑하는 중이다.
한국어에서 ‘사랑하는 중’이라는 표현은 없다. 이는 영어의 ‘be ~ing’에서 온 번역 투 문장이다. 이 문장은 ‘철수와 영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로 쓰도록 한다.
11. ~중 하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신의이다.
여기서 ‘~중 하나’는 ‘one of the most’에서 나온 번역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이다’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밖에도 ‘이 나무는 태풍에 의해 쓰러졌다’는 ‘이 나무는 태풍으로 쓰러졌다’, ‘나는 연필을 필요로 한다’는 ‘나는 연필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중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는 ‘우리 회사는 중구에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이런 사실은 꼭 알아야 한다’로 바꿔 써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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