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출연기관인 광주신용보증재단은 직원이 36명(2014년 기준, 임원제외, 이하 같음)인데도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3672만원에 달했다. 광주발전연구원은 직원 수가 22명에 불과하지만 기관장이 2014년 한해 동안 쓴 업무추진비는 2236만원이었다. 별도로 업무추진비가 나오는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 1명당 100만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기관장이 지출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방만 경영이 아직도 심각하다. 행정자치부가 지차체와 산하 기관의 재정 정보를 집계해 통합공개한 ‘지방재정365(lofin.moi.go.kr)’ 에서 확인한 결과, 지자체 산하 출자·출연기관들은 조직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업무추진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기관장 업무추진비만 2014년 한해 동안 4089만원에 달했다. 직원 45명과 36명을 거느리고 있는 강원발전연구원과 광주신용보증재단도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로 각각 3895만원과 3672만원을 지출했다.
이들 기관의 과다한 업무추진비는 같은 지자체 출연기관인 세종문화회관,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여타 기관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드러난다. 세종문화회관은 직원 수가 301명으로 서울연구원의 3배에 이르지만,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2014년에 직원 1인당 6만 3000원 꼴인 1915만원을 지출했을 뿐이다. 직원 286명의 서울신용보증재단도 기관장이 798만원만의 업무추진비를 썼을 따름이다.
일부 지차체 출연·출자 기관의 업무추진비가 과다한 까닭은 예산편성시 업무추진비 산정의 명확한 기준이나 산식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경상경비 절감실적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절감하여 편성’, ‘접대비 성격의 경비는 원칙적으로 세법상 손금인정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 등 행정자치부의 모호한 지침 뿐이다. 이 때문에 기관별 업무추진비 예산은 제각각 편성되고 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 산하기관의 업무추진비 예산은 구체적인 산식에 따라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행자부에서 내려오는 대강의 지침들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산하 연구원의 경우 관련 이해 당사자나 전문가들로부터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도 해야하기 때문에 타 기관에 비해 업무추진비를 많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수에 비해 임원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지자체 산하 기관의 문제로 꼽힌다. 부산광역시 산하 부산발전연구원은 직원(임원 제외)이 14명인데 반해 기관장과 이사·감사 등 임원도 14명이나 됐다. 일반 직원과 임원의 수가 같은 것이다. 광주발전연구원은 직원 22명에 임원이 13명이었고 광주시 경제고용진흥원도 직원 17명에 임원이 14명이었다.
임원들은 평균 보수도 높았다. 지자체별 출자·출연기관 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서울이 8400여 만원, 부산이 1억여 원, 인천이 1억1700여 만원, 경기도와 경상북도가 각각 8100여 만원, 9000여 만원 등이었다.
정정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앞으로도 지방재정과 관련된 정보를 더 세세히 공개해 더욱 투명한 행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업무추진비 :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1993년 이전까지 ‘판공비’로 불렸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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