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세대가 진행한 교직원(운영직) 채용을 놓고 구직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해 마련한 ‘교직원 직제개편’에 따라 행정관리직과 운영직 신입직원을 선발했다. 대학 재정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으로 기획·관리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리직과 함께 상시·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맡는 운영직을 별도로 뽑았다.
운영직에 대학 측이 요구하는 자격기준이 크게 높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비슷해 구직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규직인 행정관리직은 초봉 3300만원에 기존 교직원들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보장받지만 운영직은 초봉 2600만원에 행정관리직 보다 700만원 가량 낮은 연봉과 별도의 호봉, 임금 상승률이 적용된다.
운영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사학연금이 적용되는 점에서 기존 비정규직과 다르지만 연봉 등 다른 조건은 계약직과 같거나 심지어 더 불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지원자들은 운영직의 처우를 정확히 모른채 지원해 뒤늦게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지원 조건은 까다롭다. 행정관리직은 공인회계사나 공인노무사, 건축 기사 등 수준 높은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들 자격증이 없으면 운영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운영직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 졸업 평점 4.5만점에 3.0이상, 토익 800~850점 이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여기에 운영직 일반 부문은 중국어 혹은 영어 능통자를 우대하고 있다. 사서 부문은 정사서자격증 소지자여야 하며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자격 보유자를 우대하고 있다. 전산 부문은 자바(Java) 등을 활용한 웹이나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분석·설계·구현 개발 경험이 있을 것을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운영직 지원자들은 고용보장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처우는 비정규직과 비슷해 새로운 고용형태인 ‘중(中)규직’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특히 운영직의 지원자격은 정규직처럼 까다로운데다 재정형편이 좋은 연세대에서 대학졸업생을 중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원자 A씨는 “운영직 자격 요건도 일반 기업체 모집공고보다 고스펙을 요구하고 있고 지원자들도 사실상 대기업 등에서 업무 경험을 쌓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직은 사실상 행정관리직이나 기존 교직원보다 대우가 못하니 대학측에서는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정규직의 탈을 쓴 중규직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운영직으로 들어가면 행정관리직으로 올라갈 기회가 주어진다. 운영직으로 3년 동안 근무한 뒤 심사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 관계자는 “운영직에서 행정관리직으로 얼마나 합격시킬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운영직으로 입사했으면 다들 행정관리직으로 지원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연구본부장은 "이중 임금체계는 외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인데, 중요한 것은 과연 3년 뒤에 얼마나 운영직에서 관리직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3년 뒤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많다면 운영직을 정규직에 못 미치는 중규직으로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탈락자가 소수라면 3년 동안 시용기간을 두고 기존 임금체계로 편입하는 이중 임금체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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