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빚만 1억8000만원이 다 돼요. 당연히 입에 풀칠하기 어렵고… 넉넉한 상황이 아녜요. 카페 청소하고 고양이들을 챙기다보면 하루 2시간 자기도 힘들어요.”
고양이 카페 ‘커피 타는 고양이’를 운영하는 윤소해 씨는 39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스스로를 ‘집사’라고 표현할 만큼 자신보다 고양이들을 극진하게 살핀다. 고양이 중 한마리라도 움직임이 둔해지면 바로 병원행이다. 병원비가 겁나긴 하지만 아끼진 않는다. 자신은 비염, 천식이 심해져도 무시하면서도 말이다. 윤 집사는 자신은 선행을 하기보단 가족으로서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며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사진 촬영도 극구 사양했다.
서울 신천에 위치한 이 카페에 들어가면 어디를 둘러봐도 고양이가 눈에 걸린다. 42마리까지 늘었던 대식구.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유기묘나 파양된 고양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전 주인들이 고민 없이 집밖으로 내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던 아이들이다.
지금은 몇몇 고양이가 새가족을 맞아 떠나면서 39마리로 줄었지만 여전히 윤 집사의 어깨는 무겁다. 러시아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했던 학생이었지만 고양이들을 만난 후로는 공중화장실에 붙어있는 장기 매매 권유 스티커를 매만지기도 했다. 지인들은 윤 집사를 보면서 ‘미쳤다’, ‘힘들지 않냐’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심장을 따로 떼놓지 않고는 아이들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데려오지 않으면 죽는 게 보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놓고 와요. 인간한테 더 이상 상처 받게 할 순 없잖아요.”
배가 곯은 새끼고양이를 쓰레기 봉투 안에서 발견한 적도 있고 고양이를 카페에 대뜸 맡겨놓고 연락을 끊은 사람도 많다. 그중 대다수가 병에 걸려있었다. 최근에 구조한 새끼고양이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살이 썩어 들어가기도 했다.
윤 집사는 그 과정에서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고양이를 죽이겠다면서 벽돌을 들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밥을 주지 말라는 요구는 우아한 편이었고 욕설은 참을 만했다. 그러나 길고양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만은 끔찍했다.
윤 집사는 “밤늦게 들리는 ‘야옹’ 소리가 불쾌할 순 있지만 생명을 앗아갈 정도의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냥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윤 집사는 “그들에게 심장을 어디에 버렸는지 묻고 싶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러나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카페의 수익이 거의 남지 않다보니 손님들이 전해주는 후원금은 특히 큰 힘이 된다. 카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1만원씩 릴레이 후원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5000원짜리 티셔츠 사는 것도 아까운 상황에서 보증금 3000만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약값이라도 할 수 있도록 10만원, 20만원만 모였으면 했는데… 첫날에만 5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고 마지막날 집계해보니까 450분 정도가 도와주셨더라고요. 모금액은 총 2400만원 정도였어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윤 집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고양이들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 아닌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저한테 너무 희생하지 말라면서 다른 사람이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내 삶이 39개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삶이 뭐 같아도 참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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