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정이 발표된 이후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곁에서 연일 각종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국내 대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이 ‘진정한 효를 보여주겠다’고 나선 효녀연합과 ‘맞장’을 떠 화제가 된 가운데, 7일 오후에는 ‘대한민국할머니연합’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4~50대부터 7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었는데, 이 ‘할머니연합’을 꾸린 평화어머니회 및 이화여자대학교민주동우회는 “진짜 엄마들이 화가 났다” “역사의 만행에 최종적 불가역이란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들고 있던 피켓 중 ‘어멈, 아범아 알바 뛰다 혈압 터질라 어여 집에 드루와(들어와)’라는 문구에 대해 다수의 누리꾼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을까. 배외숙 이화여대민주동우회 대외협력위원장은 8일 매경닷컴과 전화통화에서 “특정 집단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한·일 협정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위기의 일원으로 지켜보던 중, ‘한·일 협정 반대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 여론인 듯, 또 엄마라는 이름으로 무력시위 하는 특정집단의 모습을 보고 ‘계속 저러면 정말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생각이 전부가 아니며,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반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일명 탈북엄마회, 학부모엄마회 등 ‘엄마부대’로 통칭되는 보수 단체 회원들이 최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찾아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것을 종용한 데 대한 반발이다. 엄마부대는 “이제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 용서하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희생해달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할머니연합’이라는 명칭을 쓰게 된 데 대해 배 위원장은 “우리 윗 선배들은 할머니들”이라며 “어버이연합이라 하는 분들이 할아버지인데, 제대로 된 할머니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제대로 된 엄마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화제를 모은 구호에 대해 ‘진짜가 나타났다’ ‘할아버지 잡는 데는 할머니가 최고’ 등 열띤 반응이 나온 가운데, 배 위원장은 “이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일 협정은 국치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운동에 엄마로서, 학부형으로서 또 다른 할머니가 될 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한다. 나 역시 미래의 할머니”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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