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갑자기 멈춰서면서 퇴근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4호선 고장의 원인은 노후 전동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하인프라인 지하철의 차량과 그 부품이 제때 교체되지 못하면서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연이어 노후화 신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시급히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12월 23일자 A6면 보도
7일 서울메트로는 창동차량기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사고는 차량의 고속도차단기가 절연성능을 잃으면서 파괴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장기사용으로 노후한 2호차 차단기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전차선 단전으로 이어졌다는 것.
또 서울메트로측은 이 사고로 인해 9호 차량의 방송장치 퓨즈가 녹아내리면서 사고 후 객실 전체에 대한 방송도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메트로 측이 공개한 사고 차량의 고속도차단기에는 전기스파크가 튄 흔적이 선명했다. 원래 전류를 차단해주는 장치인데 절연판의 노후화로 절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고속도 차단기 내부가 손상된 것이다.
고속도차단기는 1997년 지하철에 도입된 부품으로 도입 이후 지금까지 19년동안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해왔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은 “일본 등 외국에서는 통상 고속도 차단기는 15년 동안 사용하면 수명이 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에 사고가 난 부품은 97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현재 서울메트로에서 운영하는 고속도차단기 중 가장 구형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의 대책으로 오는 6월까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1·4호선 전동차 32개 편성의 고속도차단기 320개를 전수조사하고 노후부품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객실방송 중단은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또다른 안전 사각지대다. 방송시스템과 전동차 운전시스템이 단일계통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유사시 승객에 대한 안전조치가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
사고 직후 승객들은 폭음과 연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방송조차 나오지 않자 다급하게 열차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신규 도입 차량은 별도의 전력으로 방송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전동차는 1994년 3월 도입된 차량으로 기령이 22년에 이른다. 4호선 전동차의 평균 사용연령(21.2년)을 상회하는 노후차량이다.
서울지하철 가운데 전동차 노후율이 가장 높은 4호선은 최근 들어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출근시간인 오전 7시 16분께 당고개행 열차가 총신대입구역에 진입하던 중 멈춰서면서 출근길을 마비시켰다. 이어 11월26일에는 운행이 없는 새벽시간대에 미아역과 수유역 사이를 지나던 ‘레일 연마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근시간대에 약 1시간 40분동안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석민수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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