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권선택(59) 대전시장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권 시장 선거사무소에서 전화홍보 선거운동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한 지 4개월 만에 권 시장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현직 민선 대전시장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대전지검 공안부는 3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최측근인 김종학(51) 현 대전시 경제협력특별보좌관과 공모해 유사기관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사실상 선거운동 조직으로 운영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이 기간 포럼 운영과정에서 특별회비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1억5900여만원을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적용됐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권 시장 사이에 날선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인 가운데 권 시장이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박균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권 시장은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통시장 방문, 시민 세미나, 기업탐방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전 전역을 다니며 시민을 직접 만나는 경제투어, 출판기념회 등을 마련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이는 애초 짜여진 계획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검사는 "권시장이 전화홍보 선거운동원 77명에게 4600여만원의 불법 수당을 지급하는데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권 시장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김모씨(48)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전화홍보 선거운동원 77명에게 수당 4천600여만원을 지급하는 데 관여하는 한편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지도 않은 컴퓨터 등을 산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을 허위 보고하고 선거비용을 제한액보다 2천800여만원 초과 지출한 혐의 등을 받는 김씨가 벌금 3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아도 권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77명, 4600여만원은 역대 선거사범 가운데 유급 선거운동원 동원 및 수당 규모에서 최대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선거운동을 총괄한 권 시장의 최측근 김종학 특보와 포럼 사무처장 김모씨(47)를 구속 기소하는 한편 선거사무소 여성본부장 김모씨(55·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불법 수당을 받은 전화홍보 선거운동원 가운데는 범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수사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23명이 기소됐다.전화홍보업체 대표 박모씨(37) 및 자금담당 부장 오모씨(36), 선거사무소 조직실장 조모씨(44)는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이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인원은 모두 35명에 이른다.검찰은 달아난 선거사무소 총무국장과 선거팀장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
한편 권 시장은 지난달 26일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어떤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고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하나의 진실이 99가지 거짓을 이긴다”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검찰이 위법한 방식에 의해 수집한 증거로 권 시장의 정책포럼을 유사선거운동기구로 규정한 것은 명백한 표적수사”라며 "법원이 이를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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