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검찰의 결론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조타 미숙으로 배가 기울면서 화물이 쏠려 침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선장은 6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조타수가 자신의 과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자 이를 반박하려고 검찰 측이 이 선장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검찰은 이 선장의 수사기관 진술 조서를 제시했다.
"조타기를 너무 많이 써서 급선회하다 보니 배가 원심력에 의해 급격히 경사진 상태에서 차량이나 화물의 고박장치가 터지면서(풀리면서) 좌현으로 급격히 이동해 침몰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는 진술 내용이었다.
대검찰청이 이날 발표한 침몰 원인과 비슷하다. 검찰은 세월호가 선사 측의 무리한 증톤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현저히 나빠진 상태에서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복원성을 잃고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 선장은 배가 기운 직후 조타실로 갔을 때 타각지시기가 우현 쪽 15도 정도를 가리켰고 배가 급격히 기운 점으로 미뤄보면 조타수가 처음 타를 돌릴 때 우현 쪽으로 15도 이상 돌린 것 같다고 증언했다.
조타수 조모씨가 평소 100도를 조타하라고 해도 102도·103도를 잡고, 조류나 바람의 영향도 잘 고려하지 않아 조타기 조종 능력이 떨어진다는 진술도 곁들였다.
조씨의 변호인은 "선장으로서 책임을 피하려고 조타 잘못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이 선장을 추궁하기도 했다.
조씨는 이어진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배가 급선회하는 방향인 오른쪽으로 조타기를 급격히 돌려 선박이 기우는 현상을 가속했다는 수사 결과와 달리 왼쪽으로 조타기를 돌렸다고 주장했다. 사고 후에는 오른쪽으로 돌렸다고 진술했지만 최근 재판 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이 선장과 조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재판장은 시력이 좋지 않은 이 선장이 타각지시기의 방향을 제대로 봤는지 파악하려고 벽걸이 시계를 이용해 시력을 측정하기도 했다.
이 선장은 시침과 분침을 겹쳐 한 세차례 실험에서 바늘의 방향은 구분했지만 가리키는 시각은 다소 부정확하게 답변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