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억울하고 저래도 억울해. 살아도 억울하고 죽어도 억울해서 못 살겠어, 일본 도둑X들 때문에…"
16일 오전 11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8) 할머니는 분통에 차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정복수(98) 할머니 등 9명은 이날 책 '제국의 위안부' 작가 박유하(57·여)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판매·광고 등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할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서울동부지검 민원실 앞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꽃분홍 남방과 남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었지만 표정은 굳었다.
이옥순 할머니는 "피가 끓고 살이 떨려서 말도 못하겠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기술한 책을 쓴 박 교수를 강하게 성토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고향에서 갑자기 일본군에게 끌려가 영문도 모르고 성 노예로 착취당했다고 입을 모으며 "박 교수의 책은 거짓"이라고 증언했다.
나눔의 집 이옥선(87) 할머니는 "내가 왜 위안부가 되겠냐. 나는 강제로 끌려갔다. 도살장 끌려가듯 가서 살아나와 눈도 귀도 잃어버리고 이도 다 빠졌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인식이 논란이 된 문창극 총리 후보에 대해서도 "그 X이 뭘 안다고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들썩거리느냐"라며 "사과를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안신권(53) 나눔의 집 소장은 "문 후보자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보여준 만큼 이 시점에서 사죄보다는 사퇴하는 게 옳다는 게 할머니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돕는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교수 책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기술은 일본 극우세력 주장과 어느 점도 다르지 않다"며 "(이번 소송이)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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