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명목의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최모(59)씨 등 동일방직 전 노조원 및 유족 등 2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관련 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신청인들은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1970-80년대 인천 동일방직에서는 노조 간부 연행에 항의해 벌어진 '나체 시위 사건'과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례인 이른바 '똥물 투척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사건 참여자들은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생활지원금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노조 탄압 배후에 중앙정보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피해자 명예회복을 국가에 권고했다. 전 동일방직 노조원들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또는 그 유족이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을 청구해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민주화운동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원고들은 보상법 제9조의 '소정의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데 해당하고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 국가에 별도의 위자료를 청구한 부분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으므로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화운동 보상을 받은 사람이 다시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화해가 성립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선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다. 서울고법 민사22부는 이번 사건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반면 민사16부는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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