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뤄뽕' 제안에 출국금지 해제 흥정까지

【 앵커멘트 】
경찰 수사 과정에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행태를 속칭 '미뤄뽕'이라고 한다는데요.
피의자의 이의 제기 진술을 조서에서 빼고, '존댓말 하면 유치장 간다'던 경찰관.
이번엔 이른 바 '미뤄뽕'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 갈태웅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
횡령 혐의를 받는 시민단체에서 한때 회계업무를 봤다는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된 35살 유 모 씨.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라는 경찰의 이른바 '미뤄뽕' 제의에 의아해합니다.

▶ 인터뷰 : 경찰관-유 모 씨
- "그냥 '미뤄뽕'하라고 그래요. (미뤄뽕?) 책임을 딴 사람한테 미루라고, 아유 씨. 그런 거 잘못된 거 같지만, 내가 한 게 아니고, 위에서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고…."

'미뤄뽕' 대상이 되는 사람의 고충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웃음도 흘립니다.

▶ 인터뷰 : 경기도 모 경찰서 경찰관
- "김OO 씨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다. 흐흐흐. (예?) 미뤄뽕하라고 그랬다고…."

횡령 혐의자인데도, 사실만 얘기하면 형사처분 대신 당장 출국이 가능하다는 제안도 합니다.

▶ 인터뷰 : 경기도 모 경찰서 경찰관
- "다음에 조사할 때 와서 사실대로 다 팩트 다 얘기하면, 그 날짜로 조사 끝나고, 내가 출국하게 해 줄 수 있어."

대신,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는 유 씨가 직접 준비해서 와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 모 경찰서 경찰관
- "'이러이러한 부분이 잘못됐습니다, 형사님 만납시다' 그러면 내가 밤에라도 만나서 조사하고서, 티켓팅만 하면 갈 수 있게끔…."

하지만, 경찰은 이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 모 경찰서 경찰관
- "출국금지라는 건 자료를 보내서 검사가 하라고 해서 하는 거지, 우리 마음대로 하는 건…. 수사 기록을 검토해서 검사가 결정할 사안이에요."

출국금지를 매개로 마치 흥정하는 듯한 경찰, 우리 수사의 현주소입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