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 시장이 중형차와 준중형차의 대결구도였다면 올해는 준대형차간의 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들이 잇따라 준대형 신차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차들까지 뛰어들면서 이른바 준대형차 시장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연초에 내놓으면서 준대형차 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번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야삼차게 준비한 신차로 3년 6개월동안 총 4500여억원이 투입됐다.
가격도 그랜저TG에 비해 다소 오르긴 했지만 3122만~3901만원으로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반영하듯 신형 그랜저는 사전계약과 신규계약을 포함 누적 계약이 3만대를 돌파한 상태다. 일 최대 생산량이 400대라고 감안할 때 최소 1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초반 돌풍이다.
신형 그랜저의 특징은 국내 최초로 전방 차량과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자동 정지·재출발 기능까지 지원하는 ACC(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신기술이 대거 장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된 2.4리터 및 3.0리터 GDi 엔진을 채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도 국내 준대형차 최초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9개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한 것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그랜저TG의 아성을 누른 K7도 엔진 변경으로 신형 그랜저에 대항한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K7에 3.0리터급 GDi엔진 모델을 탑재하는 데 이어 오는 6월께 3.5리터급 고배기량 모델을 제외한 3.3리터급 GDi 엔진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매 중인 K7도 가격 경쟁력과 고객 신뢰성에서는 합격점이다. 신차의 경우 판매 초반에는 일반적으로 크고 작은 결함 문제가 발생하는데 반해 지난 2009년 선보인 K7은 그동안 안정화 작업 등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 가격도 2885만~4135만원으로 다양해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힌 것도 긍정적이다.
최근 사명을 변경하고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전격 발표한 한국GM의 알페온도 추천할만 하다.
쉐보레를 달고 나온 까닭에 수입차나 마찬가지지만 가격은 3040~4087만원으로 국산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 성능면에서도 국산 차와 비슷하거나 앞선 수준이다.
실제 V6 SIDI3.0 엔진을 탑재한 3.0리터 알페온은 최고 출력 263마력, 최대 토크는 29.6㎏·m를 갖추고 있다.
3.0GDi엔진 신형 그랜저의 최고 출력 270마력, 최대 토크 31.6㎏·m과 비슷하다. V6 뮤 2.7엔진인 K7의 200마력, 최대 토크는 26.0㎏·m보다는 오히려 앞선다.
다만 국내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개선이 열쇠다.
올해 하반기 2세대 SM7을 준비중인 르노삼성도 합리적 가격으로 경쟁에 뛰어든다.
SM7은 2880만~3770만원대로 앞선 준대형 차량중 가격 메리트가 가장 높다. 또 유류비 100만원 지원 등 판매 조건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세대 SM7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밖에 3000만원대 수입차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도 국산 준대형차와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준대형차 시장은 국내 업체 뿐 아니라 거품을 뺀 수입차들까지 합세하면서 다른 어느해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높아지면서 전체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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