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소관기관 11곳 중 7곳이 임원급 인사에 대한 징계 규정 미비
'관리·감독' 책임 중소벤처기업부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개선 조치 돌입"
#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6월 불쾌한 일을 겪었습니다. 회사 상임 이사가 회식 때 궁금하지도 않은 본인 결혼 얘기를 하는가 하면,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꼬치꼬치 물은 겁니다. 참다못한 A 씨는 해당 임원을 고발했고, 상급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성희롱으로 인정됐습니다.'관리·감독' 책임 중소벤처기업부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개선 조치 돌입"
하지만, 해당 임원은 징계 받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에는 임원에 대한 별도의 징계 기준과 규정이 따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퇴직 의사를 밝혔던 해당 임원, 결국 징계는커녕 화려한 퇴임식과 함께 임기를 마쳤습니다.
#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다니는 B 씨는 2021년 원장을 '직장 갑질'로 신고했습니다. 여러 직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폭언을 하는가 하면, 감사를 제보한 직원의 정보를 노출한 겁니다. 관련 제보를 받은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실은 조사에 나섰고 결국 중기연에 원장에 대해 '경고' 처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원장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중기연은 임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해임' 외에는 별도의 징계처분 기준이 없었던 겁니다.
■ 임원에 대한 징계 기준·규정 없는 공공기관들…잘못 저질러도 처벌 못해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기관 대부분이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에 대한 별도의 징계 기준과 규정이 따로 없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징계를 해야 할 일이 벌어져도 근거가 없어 처벌할 수 없는 겁니다.
윤관석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관기관 11곳 중 임원급에 대한 징계 기준이 존재하는 곳은 단 4곳뿐이었습니다.
나머지 7곳 가운데 4곳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해임 요청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3곳은 아예 별도 규정이 없었습니다.
임원의 경우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징계를 내릴 적절한 기준이 없어 아예 징계 없이 지나가거나 징계하더라도 일반 직원들에 준해 적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 중소벤처기업부, 관리·감독 소홀 지적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상급기관으로써 소관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닙니다.
특히, 성 비위 사건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사건 처리 과정을 관리 감독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경우 지난 2021년 중기부 감사실에서 기관장에 대한 '경고' 처분을 요구했지만 별도의 기준이 없어 유야무야됐는데,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임원급에 대한 징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징계를 받은 곳도, 징계를 내린 곳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관석 의원실은 "다른 구성원보다 책임이 큰 임원급 인사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과 규정 미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상급 기관으로서 소관 기관 임원의 비위행위에 대한 처벌 및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직원들을 중심으로 징계 규정을 운영해온 기관들이 있는데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고, 임원들의 책임성 강화 측면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산하 공공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규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이달 초순 시작했다"며 "기관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보람 기자 ggarggar@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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