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이 지난주 여야 충돌로 무산된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28일 재개한다. 국정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 관련 여·야간 강대강 대치로 국회안팎 긴장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 위원장의 '지방 행보'을 두고 당 지도부간 묘한 갈등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25일 국민의힘 핵심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오는 28일 충청권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20일 천안·세종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청년들과의 만남을 계획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일정 전날 밤 전격 취소한 바 있다. 특히 통상 비대위 회의가 열리는 27일 국회부의장 선출을 위한 국회 본회의 탓에 지방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장 비대위 회의 일정이 하루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8일에는 통상적으로 열리는 원내대책회의가 예고돼 있어 원내지도부의 지방 일정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24일 국민의힘 비대위 비공개 회의 막판 정 위원장이 현장 비대위원회 회의 개최를 알렸고 이에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가 원내대책회의와 겹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개최여부를 확정하지 못한채 회의가 종료됐지만 결국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현장 비대위 추진이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 위원장 입장에선 이미 스타트를 끊은 현장 비대위 회의가 2주 연속으로 열리지 못하면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강행하는 듯 하다"며 "다만 당 지도부와 조율을 거치지 않고 통보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미묘한 갈등이 엿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러한 기류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비대위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았을 때부터 감지됐다. 대구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감을 이유로 현장 비대위를 불참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상훈 비대위원은 현장을 찾아 정 위원장과 동행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장 비대위 추진 시기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당 수습도 중요하지만 국정감사 한가운데 현장 행보를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이준석 전 대표 리스크가 소멸되며 당을 정비하기 위한 민생행보로 볼 수도 있지만 당 수습을 명분삼아 정 위원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입지를 강화해나가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사실 이처럼 친윤지도부 안에서 엇갈리는 입장은 정 위원장 취임 초기부터 슬슬 조짐이 나타났다고 한다.
김용태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이 대표적이다. 정 위원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임명 여부를 공지하자 원내 지도부에서 이를 '불통 인선'이라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장 수여를 며칠 앞둔 지난주 비공개 비상대책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간 고성이 오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비대위와 원내대표단간 긴장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당직자들 이런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 모두 내심 차기 당권도전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 경쟁자끼리 신경전을 벌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모두와 친분이 깊은 당내 한 중진인사는 "정 위원장도 내심 지금의 자리를 오래 끌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냐"며 "주 원내대표 역시 내심 정위원장의 지금 자리가 자기 덕분이라 생각할텐데 양쪽의 이해관계가 지역도 틀려 엇갈리지 않을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준비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준비를 진두지휘해야할 당 지도부간 이해충돌로 갈등을 빚을 경우 본경기를 치르기 전에 제발에 걸려 넘어지는 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해 사고당협위원장 재정비와 당무감사를 준비하고 있는만큼 어느때보다 당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24일 "사고당협 정비를 위한 조강특위 구성에 나선다"며 국감종료와 동시에 당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총선을 준비해야 할 당 대표를 뽑는 중요한 이벤트다"며 "이를 잘 이끌어줘야할 당지도부가 흔들려 엉망이 될 경우 총선 승리는 고사하고 전당대회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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