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당 지도부의 '출마 불허' 결정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다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세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지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변화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청년 도전이 넘치는 젊은 민주당 ▲위선, 내로남불과 이별하는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더 믿음직한 민주당 ▲팬덤과 결별하고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 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사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새 우리 모두 기득권이 되었기 때문에 건너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며 "제가 대표가 되면 조국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고 했다. 다만 '조국의 강을 건널 방안'에 대해서는 "저 혼자 건넌다고 될 문제는 아니니 당내 협의를 통해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이 선명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진보적인 복지국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주 40시간제 적용 ▲국가복지 통한 직장 간 복지 차별 철폐 ▲중대재해 처벌법 강화 ▲여성 차별 불식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수립 ▲고용단절 대책 추진 ▲수도권 집중화 부작용 개선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차기 대선에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출마한다면 당도 그렇고 이 의원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당대표 후보 등록이 반려될 경우 "후보 등록이 좌절된다면 청년 정치에 대해 원외에서 어떻게 역할할지 더 많은 청년과 논의하며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반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후보 등록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출마는 당 차원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당헌·당규상 '권리당원 6개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출마를 불허한 상황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박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당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거란 말씀을 드린다"며 "접수처에서 접수하더라도 접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접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 또한 14일 박 전 위원장의 출마 강행 의지에 대해서도 "참 난처하다"며 "그렇게 말하는 부분은 존중하겠지만 당의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당초 박 전 위원장은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내부에선 의원을 대동하지 않을 경우 장소를 불문하고 기자회견이 불가하다는 방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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