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자료제출 미비'를 이유로 청문 절차를 미뤘는데, 국민의힘에선 "생떼에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들로 구성된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후 늦게 첫 회의를 열어 위원회 구성과 인사청문 계획서 채택·자료제출 요구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당초 이날 열리려던 회의가 잠정 연기됐으나 간사간 협의를 통해 다시 일정에 합의한 것이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5~26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로 도무지 정상적인 청문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위원들이 요구한 일체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고 있다"며 "자료 검토가 불가능하니 증인과 참고인 채택도 연기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청문회 일정의 전반적인 변동 역시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한 후보자의 권한 남용과 특혜 제공, 비정상적인 축재 관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며 "국회가 요청한 자료를 성실히, 신속히 제출해 검증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회의의 안건이 '자료제출 요구'인데 이 회의를 열지 않으면서 자료 제출을 명분으로 삼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위원회의 의결로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기관 등은 5일 이내에 응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위원회를 열어 공식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간사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개별 의원실 차원에서 400여 건의 자료 요구가 무더기로 이뤄졌고, 당장 답변 가능한 100건 내외는 제출된 것으로 안다"며 "한 후보자 쪽이 비협조적인 게 아니라 답변에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인사청문특위 회의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칫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고 발목 잡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명백한 정쟁 공세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 후보자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해야 하고 자료 찾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부끄러운 변명"이라며 "한국전쟁 당시 자료를 요청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공무원 퇴임 기간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재직하면서 5년 남짓 수임한 총 19억5000여만 원의 거액 고문료, 주미대사 시절 골프장 연회비·주재국 인사 선물비 등으로 쓴 예산의 적절성,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인수 매각 과정 관여 여부 등에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또 화가인 배우자 최 모씨의 개인전 미술품 거래 이력, 10년 만에 8억5000여만 원 늘어난 배우자의 예금 잔액 등을 놓고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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