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분노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전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최대의 공정·형평성 이슈는 단연코 군대문제다.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군대에 가는 게 의무이자 공정이다.
그런데 지난 50여년간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체육인·순수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줘왔다. 일반 국민들이 볼때는 엄청난 특혜다.
특혜시비에도 이젠 대중문화 예술인인 연예인에게도 군대에 가는 대신 봉사활동 등으로 병역의 의무를 퉁치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멤버들이 줄줄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다.
찬반여론은 팽팽하다.
찬성하는쪽 논리를 보면 가장 큰게 국위선양과 국익이다.
BTS는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다.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여러번했고 미국 3대 대중음악상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올해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대상까지 받았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아미(Army)라는 두터운 팬층의 충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BTS가 K한류 위상을 높였고, BTS 덕분에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팬들이 넘쳐난다.
BTS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관광객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3년전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3년 BTS결성이후 56조원의 국부창출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한바 있다.
다른 병역특례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우리 병역법은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국내외 예술경연대회 입상자나 올림픽 금은동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체육인은 자동으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 대중문화 예술인은 빠져 있다.
BTS 등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클래식 등 순수예술인이나 체육인들보다 더 큰 국위 선양을 하는데도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이와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달 25일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이 군입대 대신 봉사활동 등으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찬반양론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BTS 법안'으로 불리는 '대중문화예술인 대체복무법'이 통과되면 BTS 등 대중문화예술 분야 스타도 군에 가지 않고 봉사활동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위선양을 하고 국익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군대를 빼주는게 공정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병역특례를 받은 체육·예술인들은 엄청난 부와 국민적 인기를 얻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군대까지 면제해 줘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국가가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면 훈장을 주면 될일이다. 굳이 국위선양를 했다는 이유로 군대를 빼줄일은 아니다.
그리고 지난 1973년 병역특례 제도를 시행했을때와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50년전만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파워는 미약했다.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기 때문에 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위선양이 필요했다. 당시만해도 올림픽에 나가 메달 하나 따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고, 전세계 사람들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든 TV를 보고 현대차가 만든 차를 타고 다닌다.
이젠 올림픽이 열릴때마다 수십개의 메달을 거뜬히 따낸다. 국가별 메달순위도 10위권 안팎이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선 혼자서 금메달을 3개나 따는 선수도 나왔다.
메달리스트들은 엄청난 포상금을 받고 나라가 주는 체육연금도 평생 받는다. 국민적인 인기가 올라가고 명예도 커진다. 이정도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봐도 된다.
특히 프로선수의 경우, 이미 부와 명예를 다 누리고 있는데 병역까지 빼주는 건 공정하지 않다.
지난 8월 도쿄올림픽때 야구 국가대표가 논란거리가 됐다. 최고의 선수로 국가대표를 구성하는 대신 각구단에서 병역특례가 필요한 선수위주로 대표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참가 6개국중 3위만 차지해도 출전선수 모두 병역이 면제 될 판이었다.
국민들은 이런 꼼수에 분노했고 자국 야구팀을 응원하지 않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연출됐다. 야구팀은 졸전을 거듭한 끝에 4위에 그쳐 병역특례를 받는 데 실패했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음한 BTS도 천문학적인 부를 쌓고 국민적 인기와 명예를 얻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다. 병역특례 혜택까지 주자는건 과도하다.
국가적 위상이 커진 만큼 이젠 국위선양이나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병역특례를 주는 건 시대착오적인이다.
병역특례 혜택을 아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게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에 맞는 것이다.
국위선양을 군대를 안가는 명분으로 삼는건 보기에 불편하다.
이런 논리라면 군대는 국위선양을 못하는 사람들만 가는곳이 된다. 병역 의무 대상인 20대 남성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대는 루저가 가는곳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청년들이 모두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다.
BTS나 스포츠 스타들도 모두 군대에 가는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이다.
1992~1997년생인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모두 현역병 입영대상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 더 큰 인기와 존경을 받을 것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