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코로나 19 백신계약을 시작한 가운데 올해와 내년 예산으로 확보하는 백신물량을 두고 여권과 정부 말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 여당에선 내년 4400만명 분의 백신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3000만명 접종분 이라는 엇갈린 설명을 내놨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 안도걸 실장은 모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날 통과된 558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올해와 내년 확보한 1조3000억원의 예산으로 3000만명 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000만명이면 전체 우리 국민의 70% 수준이다.
문제는 여당 소속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의 설명과 차이가 난 다는 것이다.
박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 예산 관련 브리핑에서 "올해 4차 추경에서도 국제협력기구를 통한 백신 확보 예산이 편성돼 있어 내년 예산안에 9000억원을 반영하면 합산해 1조3000억원 가량이 된다"며 "우리 국민의 85%에 해당하는 최대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똑같은 1조3000억원 예산을 두고 정부는 3000만명 분을, 여권에선 4400만명 분을 말해 국민들은 헷갈리고 있다.
이런 혼선은 정부와 여당이 '접종'과 '확보'의 말을 혼용해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안 실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박의원님 말씀은 현재 정부가 구매를 위해 계약을 시도중인 물량"이라며 "4400만명 분의 백신 확보계약을 시도하돼 실 접종 인구는 국민 60%인 3000만명을 가정해 1조3000억원 예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글로벌 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 접종 분의 아스트로제네카를 개당 2만원 선에서 계약했고 나머지 3000만명 접종 분 물량을 화이자 등 개별 회사들과 접촉해 계약을 시도 중이다 . 박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제협력기구 등을 통해서 1조3000억원으로 계약이 가능한 백신 물량이 4400개 정도이고 이 예산내에서 실제 접종분 구입은 3000만명 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조3000억원 이라는 예산안에 4400만명 접종분을 계약할 수 있는 계약금과 동시에 3000만명 분의 접종 백신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 같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당 예산으로 구입가능한 백신은 3000만개 뿐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시중가격 보다 저렴하게 각 국가별로 백신을 할당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백스를 통해 필요 백신을 100%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 실장은 "우리 정부가 코백스 통해 구입한 1000만명 분의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개당 20달러 선이지만 나머지 2000만명 분의 경우 개별회사와 협상을 해야 해 40~50달러까지 가격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책정한 1조3000억원의 백신 예산은 1인당 평균 접종비용을 4만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로 잡아 책정한 3000만명 예산인 셈이다.
이런 혼선이 생긴 데는 국민들 사이에서 "3000만명 분만 백신을 확보해서 내가 못 맞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과 비판이 나오자 당정이 "최대한 백신을 확보하자"며 물량확보 의욕을 앞세운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의 3000만명분 백신확보량과 예산 책정은 코로나19외 다른 백신 접종율에 기반한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독감 접종율은 전체 국내 인구 대비 67%, 과거 신종플루 백신 접종율은 59% 수준이었다.
기재부와 보건당국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출시 또는 출시가 임박한 백신들은 아동·임신부에 대한 접종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당분간 접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아동학령인구 800만명을 비롯해 임신부, 접종 거부 예상 인구 등을 제외한 3000만명 분에 대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내년 300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수요 접종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민들 불안 해소 등을 우려해 4400만명 분 까지 계약을 시도해본다는 '애매한' 전략을 추진하는 셈이다.
물론 백신은 보관할 때 까다로운 적정 온도 등을 맞춰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필요량을 100% 쌓아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백신에 맞는 특수 냉장·냉동 유통망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량을 적기에 구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지용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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