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인을 지칭하며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故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면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지난 14일 낸 성명서에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시 입장 발표에서도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시는 내부에 피해 사실이 접수되고 조사가 진행돼야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며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미투 때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란 용어가 쓰였던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 왜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우아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도 "사건을 프레이밍 하기 위한 새로운 네이밍"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민주당에선 이참에 아예 성폭력 피해자를 지칭하는 명칭을 변경한 모양인데, 그럼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도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 부를 건가? 일본 정부가 인정을 안 하니"라고 말했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이전에도 쓰인 적이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은 아니었다. 중앙지, 경제지, 지역종합지 등 5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지난 2010년 7월부터 2020년 7월 8일까지 '피해 호소인'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뉴스를 조회한 결과 모두 6건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박 전 시장의 실종 사실이 보도된 2020년 7월 9일부터 16일까지는 751건의 기사가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했다. 마치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dmsq****)은 "피해를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저 단어가 바로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직 피해 사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니 '피해 호소인'과 같은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남긴 누리꾼(win8****)은 "아직 범죄가 밝혀진 게 없어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한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됐다는 것이냐. 조사해서 피해사실이 증명되면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아직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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