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는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곧장 찾아가 조문을 표한 반면, 백선엽 장군 빈소에는 백 장군 사망 3일만인 지난 13일 오후 찾아갔다. 박 시장과 백 장군 모두 지난 10일 별세했다.
문제는 강 장관의 백 장관 조문 당시 행보다. 강 장관은 선배 외교관이기도 한 백 장군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갔고, 방명록에만 일반 조문객처럼 이름 석 자를 적었을 뿐이다. 백 장군은 예편 후 지난 1960년 대만주재 대사로 부임하는 등 외교관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래선지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정치적 판단이 백 장관 조문에 개입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특히 강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백 장군에 대해 호평을 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도 대조를 이뤘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백 장관 사망 다음날인 지난 11일 모두 조문하기도 했다.
강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역시 안일한 백 장군 조문 행보로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는 백 장관 빈소에 대통령 조화 및 노영민 비서실장의 조문만 했을 뿐, 어떠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한국은 1950년대 공산주의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백선엽과 영웅들 덕분에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고 백 장군을 애도했다. 백악관이 최고 외교·안보 기구인 NSC 명의로 현직도 아닌 전역한 외국 장성의 죽음에 별도 성명을 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우승준 기자 dn1114@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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