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파행 상태인 임시국회 의사일정 전반을 논의한다.
이인영·심재철·오신환 3당 원내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한국당의 회기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과 논의가 중단된 선거법,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3당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지만 새로운 결단과 준비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패스트트랙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회기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선 "한국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면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이라는 희대의 억지극을 뚫어내겠다"고 못박았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양대 악법이 통과되면 삼권분립과 민주주의의 기본틀이 무너지고 문재인식 좌파독재가 완성된다"며 "1+4(더불어민주당+군소야당)의 독재카르텔을 깨기 위해 더 굳세게 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여야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간 합의가 또다시 불발될 경우 패스트랙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일괄상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지난 15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지 검토를 했는데 불가능한 결론이 나왔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국회법에서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표결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는데, 회기 결정의 건은 이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무제한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반면 판사 출신의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국회법은 예산안, 예산부수법안에 대해선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선 명시적인 언급이 없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 안건으로 봐야 한다"며 "국회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데도 막무가내로 의사진행을 한다면 법치주의를 무시한 '의장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근거로 2013년9월 본회의에서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회기결정의 안건에 관해 토론한 전례까지 제시하고 있다.
선거법은 민주주의 꽃이다. 특히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 게임 룰 자체를 바꾸는 법안으로, 제1 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당과 범여군소정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이 아니다.
더구나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면서 볼썽싸나운 민낯을 드러내는 마당에 국회 통과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현재 범여군소정당인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이 당초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의 틀내에서 연동률을 50%까지 적용하겠다는 방침에서 후퇴해 30%만 허용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막판에 뒤통수를 쳤다"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민주당의 행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꼴"이라고 매도하며 "그럴 바엔 차라리 원안대로 표결하는게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그 정당(정의당)안은 몇몇 중진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거대 양당과 군소정당 모두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장의 역할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무게 중심을 잡고 여야가 끝까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협상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문 의장은 평소 "협상의 기본은 하나를 양보하는데 있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누군가는 먼저 하나를 내려놔야 한다"며 "상대방의 눈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자신이 상대에게 전부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여겨지면, 상대는 결코 마음을 열지않고 오히려 맞설 뿐"이라고도 했다.
문 의장은 자신의 신념처럼, 패스트트랙법안에 대해선 4+1 협의체가 기존의 독선적인 자세를 버리고 한국당에 손을 내밀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
앞서 문 의장은 512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 편을 드는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에도 문 의장이 초당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무리한 패스트트랙법안 강행 처리의 선봉장에 선다면 국민적 불신과 오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문 의장이 정치 일생에 그토록 강조해온 '무신불립'도 땅바닥에 추락하게 될 것이다.
문 의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 일각에선 "문 의장이 아들 석균씨에게 자신의 지역구(경기 의정부갑 )를 물려주기 위해 민주당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문 의장이 6선 의원이자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역사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처신과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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