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가가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깍듯하게 허리를 두 번 굽혔고 두 사람은 말없이 악수와 함께 인사했습니다.
'조국 정국' 이후 처음으로 만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인사는 채 3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25일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윤 총장을 맞이하며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고 덕담을 건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오늘(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앞두고 시선은 단연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대면에 쏠렸습니다.
이런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회의장에 먼저 들어선 윤 총장은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습니다.
5분 남짓 뒤 예정된 시각에 맞춰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윤 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입구 쪽을 향해 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갑룡 경찰청장을 시작으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마치고 윤 총장과 인사할 차례가 되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대통령에게 쏠렸습니다.
윤 총장은 두 손을 몸통에 붙인 채 먼저 허리를 숙였다가 세운 뒤,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눈을 맞추고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별말 없이 곧바로 옆에 있는 김영문 관세청장과 인사를 이어갔습니다.
참석자들과 인사를 마치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자 윤 총장은 자리에 놓여 있던 펜으로 발언을 꼼꼼히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총장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메모에 여념이 없었고 이따금 고개를 들어 문 대통령을 응시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 중 수차례 윤 총장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특별히 검찰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실명을 콕 집어 거명하며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검찰과 윤 총장을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쪽을 향해 마지막으로 시선을 주며 "(검찰의)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모두발언을 마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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