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둘러싼 현 국면이 1950년 6·25전쟁 이후 어느때보다 위험한 때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망과 대안' 특별대담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현재 북핵 위기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북한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위험 수준까지 달한 적은 없었다"면서 "195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은 "한미 동맹이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고, 한국과 미국은 국력과 국방력 측면에서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하다"며 "우리는 가치, 정치, 군사, 안보 등에서 든든한 만큼 국민들이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과 경제인들이 지속적인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정부의 안보 수호 의지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의 예방외교를 통해 안보위기가 경제위기로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2003년 북한이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하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A3 긍정적'에서 'A3 부정적'으로 두 단계 떨어 뜨렸다"면서 "당시 고위관료들이 미국에 직접 찾아가 신용평가사와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는 등 예방외교에 주력해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었던 만큼 안보위기가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앞선 인사말을 통해 "북핵문제로 한국 브랜드가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이미 배치결정이 끝난 일을 두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북한을 거의 모든 국가가 규탄하는 상황이고 6차 핵실험이 이뤄졌는데도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가 있다는 것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인 대한민국 국민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중 사드 배치를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며 "국민의 안보와 안위를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장 큰 의무이며,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설전에 대해서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 냉전 시대에도 소련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커졌다"며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나온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제대로 생각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을 겁줘서 쫓아내려는 고도의 심리전이 북한의 전술"이라며 "여기에 조금도 굴하지 말고 우리나라 국민은 그야말로 단호한 결의를 갖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존 체임버스 전 S&P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은 이날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의 대담에서 "한국은 탄탄한 실물경제와 재정 건전성 등을 갖추고 있으나 북한 도발이라는 대외 취약성을 동시에 가진 미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쟁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파로 인해 많은 불확실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안으로는 사드 배치나 한미동맹 강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존 체임버스 의장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는 한미 동맹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드 배치도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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