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출동해 폭탄 투하 훈련을 했다. 미 전략폭격기의 실사격 훈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훈련 하루 뒤 북한은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도박"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지난 8일 한국에 투입해 가상의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정밀폭격하는 실사격 훈련을 했다. B-1B 2대는 2000파운드급 LJDAM(레이저통합직격탄)을 한 발씩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LJDAM은 기존 JDAM에 레이저 센서를 장착해 정밀도를 높인 무기체계다.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와 미군 F-16 전투기 2대는 미 폭격기와 진행한 연합훈련에서 북한의 지하 시설을 폭격하는 연습을 했다.
특히 B-1B편대는 공개적으로 실사격 훈련을 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B-1B 편대가 이번에 사용한 LJDAM은 비활성탄으로 알려졌다. 비활성탄은 폭약 대신 같은 중량의 다른 물질을 채운 것으로, 폭발 효과는 없어도 투하 방식은 활성탄과 같다. 이 때문에 비활성탄 투하 연습도 실사격훈련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당초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틀 만인 지난 6일 B-1B 편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할 계획이었지만,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며칠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짙은 구름이 끼는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1B 편대는 동해 상공으로 진입해 북쪽으로 비행하며 실사격 훈련을 한 다음,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해 서쪽으로 비행하며 북한에 무력시위를 하고 우리 영공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모양이 백조를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B-1B는 B-52, B-2 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다. 폭탄 탑재량이 B-52와 B-2보다 많아 기체 내부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에 달하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췄다. B-52, B-2와는 달리 핵폭탄을 장착하지는 않는다. 최대속도가 마하 1.2로, B-52(시속 957㎞), B-2(마하 0.9)보다 빨라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할 수 있다.
훈련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인 9일 북한은 9일 B-1B의 실사격 훈련을 맹비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기어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전쟁 미치광이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박"이라며 "미국이 전략폭격기들의 조선반도 출격을 정례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떠들어댄 것은 결국 화약고 위에서 불장난질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미친 짓"이라고 주장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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