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증인으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정해질 때만 해도 여론은 청문회를 통해 의혹 대부분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4차 청문회까지 이뤄진 결과 제대로 밝혀진 의혹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최 씨 등 핵심증인들이 불출석한 탓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출석과 관련법을 재정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4차 청문회 불출석 증인 가운데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사람은 총 25명이다. 국조 특위는 2차 청문회 당시 최순실·순득 자매, 우병우·안종범 전 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최 씨 조카 장시호 씨 등 11명에 대해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3차 청문회에는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등 2명에 대해, 4차 청문회에는 정윤회 씨, 박관천 전 경정 등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 가운데 동행명령에 응한 증인은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장시호 씨 밖에 없다. 25명 가운데 1명만 출석한 셈이다. 이들에게 동행명령을 집행하기 위해서 약 50명의 국회 경위들이 나섰지만 증인들이 응하지 않으면서 청문회도 맥이 빠졌다.
동행명령은 국정조사·국정감사 증인이 출석요구서를 받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불출석 사유가 충분하지 못하면 발부된다.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증인이 거주지로 가서 함께 청문회장으로 갈 것으로 요청한다. 강제력이 강한 것 같지만 불출석 증인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청문회장으로 데려올 방법이 없다.
동행명령장을 회피하는 방법도 다채롭다. 우병우 전 수석은 출석요구서 수령을 회피해 동행명령 불응에 대한 법적처벌을 면했다.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출석이 요구된 4차 청문회에 앞서 연차휴가를 신청해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을 고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실제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최대 5년 이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13대 국회에서부터 19대 국회까지 동행명령거부에 따른 국회모욕죄로 고발된 건수는 총 24건이지만 22건이 무혐의 처리됐다. 나머지 2건도 벌금형에 불과했다. 청문회는 수개월만에 끝나지만 동행명령 거부에 따른 법적 판단은 1년 이상 걸리므로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가 강제 동행명령을 시행하는 것이 영장주의를 채택한 한국 법제에 맞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동행명령장을 근거로 한 신체 자유 침해는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참고인에 대한 강제 동행명령제를 ‘위헌’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동행명령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국회사무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증인이 동행 거부시 국회 모욕죄 현행법으로 긴급체포하는 법안을 내놨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동행명령장 수령을 피하거나 거부하면 위원회 의결로 법원에 증인의 구인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강제구인법’을 발의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출석요구서를 인터넷·관보에 기재해 증인이 출석요구서를 고의로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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