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정국 최대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향후 정국이 수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 후 사실상 여당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체제와 정국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정국 주도권은 확실히 야권으로 넘어오게 됐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강경 투쟁을 선도했던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 등 주류에게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기조를 이어가며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체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탄핵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통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황 총리가) 박근혜 정부 책임을 나눠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탄핵 소추안 뜻에 내각 총 불신임의 뜻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주력하느라 황 총리 문제는 일단 후순위로 밀어뒀지만, 박 대통령이 밀려난 만큼 다음 순서는 황 총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법무장관 시절부터 야당 의원들과 각종 국회 보고에서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야권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황 총리를 탄핵하거나 여야 요구로 책임총리로 교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황 총리를 ‘식물 권한대행’으로 만들고 정국 주도권은 야당이 쥐고 가겠다는 뜻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황 총리에 대한 탄핵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대통령과 달리 국무총리 탄핵은 국회의원 150명 이상만 찬성하면 가결된다. 하지만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게 될 황 총리를 단순한 국무총리로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법 해석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여당, 특히 친박계는 황 총리를 대신할 책임총리 협상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권한대행 자리 마저 야권에게 내줄 경우 대선 때까지 야권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황 총리를 압박해 국정 불안을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탄핵안 통과 후 박 대통령의 퇴진 여부도 논란거리다. 일단 민주당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탄핵안 통과 후 대통령 즉각 하야론’에 불을 지핀 상태다.
민주당 친문계 지도부가 문 전 대표의 이런 주장을 지원사격하고 나서자, 새누리당은 반헌법적 주장이라며 이미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문 전 대표의 주장을 놓고 선 친박과 비박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분열된 여권이 손을 잡는 빌미를 제공할 거란 우려도 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하야 투쟁에 앞장설 경우 이를 ‘대권 욕심’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고, 야권 내에서도 일부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즉각 퇴진은) 문재인 전 대표 혼자 하는 것”이라며 “조기 대선을 하면 자기가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급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하는데 마치 DJ 정부 때 이회창 같은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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