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되면서 내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최대 우방인 만큼 양국 대통령 사이의 ‘궁합’도 관심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간 주요 쟁점은 한국의 차기 정부가 출범한 2018년 이후 본격 논의될 공산이 크다. 역대 한미 대통령을 돌아보면 찰떡 궁합보다는 어색한 관계일 때가 더 많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색한 표정으로 존 F 케네디를 만나고, 인권 문제를 들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던 지미 카터에게 곤혹을 치렀던 장면도 기억된다.
이는 양국 정상의 개인적 특성도 있지만 집권 정당의 색채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공화당과 새누리당은 감세와 규제완화 등 시장중심 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색채가 비슷하다. 반대로 미국 민주당은 복지확대 등 정부 기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맥이 닿는다.
그러나 양국의 최근 선거결과를 보면 집권 정당이 ‘탈동조화’되는 엇박자 현상을 보였다. 1993년 이후 양국에서 색깔이 비슷한 정부끼리 임기를 공유한 것은 불과 4년 여에 그친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1993년 미국은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다. YS는 클린턴을 인간적으론 아들처럼 대했지만 핵 개발에 착수한 북한을 다루는 데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초반 클린턴과 궁합이 잘 맞았지만 2001년 집권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최악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을 가리켜 ‘이 사람(this man)’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냉랭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회고록에서 두 사람의 회담을 가리켜 “통나무에 납땜하는 것만큼 힘든 대화였다”며 노 전 대통령이 “부시와 만나봐야 서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부시는 2008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을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초청해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한미관계 회복이란 말까지 회자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과 겉으론 무난한 관계였다. 하지만 오바마가 한반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트러블도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탈동조화’ 징크스가 내년 대선에서도 유지될지, 아니면 모처럼 깨질지 주목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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