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9일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하면서 우리 나라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시계 제로’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해 국내 리더십에 큰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란 메가톤급 돌발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자칫하면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전반에 걸쳐 퍼펙트스톰과 같은 초유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출 등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치닫게 되면 글로벌 경제 위축과 외환시장 불안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에 당장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9일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경 공화당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 부각과 함께 장중 1930선이 붕괴됐다가 결국 전날보다 45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1950선까지 내려온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공포가 부각된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코스닥지수도 장중 6% 하락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해 600선이 무너졌다. 원화값도 이날 하루 14.5원이 떨어지면서 달러당 1149.5원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하루 5.36%가 급락해 1만6251.54에 마감했다. 멕시코 페소화는 현지시간 8일 장중 달러 대비 11% 추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S&P500선물은 한국시간 오후 3시 현재 4% 급락했다. 금융시장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값은 폭등했다. 달러당 엔화값은 오후 3시 현재 101.75엔을 기록하면서 3.3%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전날대비 3.2% 상승한 온스당 1315.96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후보가 한미관계의 새 카운터파트가 되면서 한국 외교·안보에도 대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곧 대북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공화당의 재집권을 의미한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과 이에 미국이 ‘힘의 논리’로 맞대응할 경우 동북 아시아 안보지형이 누구도 예측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던 외교·안보의 틀을 전면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트럼프는 수 차례 한미동맹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고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으로 소요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한국이 더 부담해야한다는 인식을 매우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내년 말부터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 간 갈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한미동맹 중시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다른 쪽에서는 “트럼프 진영의 대한반도·대북 정책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시영 기자 / 한예경 기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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