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현지시간) 뉴욕·베이징 외교 채널을 동시에 가동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끊기 위한 외교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는 ‘핵개발에 관련될 수 있는 것이라면 연필 한 자루도 북한에 들어가선 안된다’며 강력한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현재 뉴욕에서 개최 중인 유엔총회에서 국제 사회의 북핵 규탄 필요성을 강조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양국 대응·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이날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만남은 지난 9일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핵실험을 비롯해 지난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 실험으로 평가받는 북한의 로켓 엔진 실험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전문가들은 김 본부장의 이번 방중 목표에 대해 북한의 실질적 타격을 입힐 제재를 요구하는 한·미·일과 아직 명확한 대답을 내놓은 않은 중국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고 효과적인 대북 제재안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 역시 북한 핵실험에 상당히 화가 난 상황이라 은밀히 북한과의 무역을 조이는 ‘조용한 분노’의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 총회에 모인 세계 각국은 연일 북핵 규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동의하는 40여 개국 외교부 장관들은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CTBC 우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관련 활동의 즉각 중단을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21세기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라며 “이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같은 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최근 북한은 몇십 년 만의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으면서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며 “이는 시민의 생명을 무시하는 북한 정권의 후안무치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북한은 한국 측 군 당국의 북핵응징 발언에 대해 더욱 강력한 위협으로 응수했다. 북한 인터넷 선전매체 메아리는 22일 핵 사용 징후 시 평양을 초토화하겠다는 우리 군 당국 발언에 대해 “서울 불바다나 걱정하라”며 위협적 언사를 쏟아냈다.
한편 존 울프스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회 한·미 대화’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가혹하고 빈틈없는 대북제재를 강조하고 나섰다.
울프스탈 국장은 “북한의 WMD 개발을 지원하거나 조금이라도 관련된 물질이라면 연필 한 자루든, 금 1온스(28.35g)든, 석탄 한 척 분량이든 간에 대북수출은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조사중인 훙샹 그룹의 산화알루미늄 대북 수출과 관련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절대량에 크게 못미친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양은 중요하지 않으며, 인도적 목적의 물질이라는 것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한 모든 전략물자의 대북 수출은 금지된다”고 반박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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