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스바겐 배출조작,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소비자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 외국계 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집단소송법’제정안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폭스바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도가 발달된 미국에 대해서는 약 17조 5000억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는 배상계획 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는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징벌적 배상제와 함께 집단소송제가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A면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는 제정안은 피해자 개개인이 원고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대표 당사자의 소송으로 피해자 전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했다. 또 피해 사실에 대한 가해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해 개략적으로 주장하면 가해자가 반론을 위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가해자의 반론이 불충분하거나 추가 설명에 응하지 않을 경우 피해 주장을 진실로 인정하도록 했다. 입증책임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려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와관련 박 의원은 지난 달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할 경우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 ‘집단소송법’제정안에는 더민주 의원 45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으며 우상호 원내대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더민주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해외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과 피해자 집단소송제를 반드시 법제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박 의원의 법안이 해외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국내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고 또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특정 기업을 상대로한 ‘기획 소송’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소송 제기만으로도 기업은 신뢰도 등에는 흠집이 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사례들을 보더라도 사실관계를 기업이 증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8%에 해당하는 2650억달러를 집단소송 등을 대비하는데 썼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욱 기자 / 최재원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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