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장관들이 11일 국회를 찾아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일부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과 공무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 및 일탈행위가 계속되면서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윤병세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배치가 발표되던 시점에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해 “발표 시점에 잠깐이라도 그런 장소에 갔다는 것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식 사과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공인으로서 행동을 굉장히 민감하게 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장관이 백화점 쇼핑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는 “여러 일정상 지난 주말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이번주에는 국회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Summit) 참석 전 눈에 안 띄고 (옷을 수선)할 수 있는 시점이 마침 그날 오전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공무원이 된 이후에는 링거 주사를 맞을 때도 조심스럽게 눈에 안 보이게 간다”며 억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을 국회에 출석시키지 않아 여야 의원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 부총리는 나 기획관을 출석시키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심신상태가 어려운 상태라 본가(경남 마산)에 내려가서 요양을 하고 있다. (출석)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반발을 샀다. 질타가 계속되자 이 부총리는 결국 “오후에라도 출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 부총리가 사안의 심각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소속 과장급 공무원이 유흥업소 성매매 단속에서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양희 장관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최 장관은 이어 “더이상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일하는 방식을 전면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미래부 소속 한 사무관은 프랑스 출장 중 산하기관 직원에게 아들 숙제를 시켜 갑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관들의 사과과 계속된 가운데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공직자들의 연이은 물의를 두고 “개인적 일탈로 본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급, 고위직 공무원, 국책연구원의 잇따른 이런 발언 자체가 지금 공직 기강이 크게 해이해졌다는 것”이라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수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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