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지역을 선정하는 조건으로 △군사적 효용성 △부지공여 가능성△안전요소 등 3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고려해 다양한 후보지역들이 거론되고 있고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해 3월12일 공식적으로 복수의 후보지 조사를 마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드 배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주한미군의 전력을 방어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정부가 발표한 첫번째 조건인 군사적 효용성이다. 사드의 X 밴드 레이더는 600㎞까지를 탐지 범위로 하고 있다. 북한의 후방 지역에서 깊숙한 곳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위치가 우선 고려된다.
사드가 방어해야할 미군기지들은 경기도 평택과 오산, 경북 대구 주변, 경남 부산에 집결될 예정이다. 북한이 사드 포대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한다. 북한이 사드를 제거하기 위해 물리적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최신형 300㎜ 방사포 사거리 바깥에 배치할 필요도 있다. 적어도 휴전선에 200㎞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드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최적화돼있다. 북한이 방사포로 사드 포대를 공격을 하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영남 지역이 가장 유력하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의 군수물자 보급 기지인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이 자주 거론돼왔지만 주변에 민간인 거주지역이 있었다. 정부의 배치지역 선정 기준이었던 안전요건(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거리 확보)에서 점수를 주기 어려운 곳이라는 게 단점이었다.
정부의 3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곳이 기존에 한국 공군의 방공미사일 부대가 자리잡고 있는 경북 성주로 귀결된다. 기존 기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부지공여 가능성도 해결된다.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군에게 부지와 기반시설(전기·상하수도 등)을 제공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정부는 사드를 배치할 새로운 땅을 찾기보다 기존의 군 작전상 다양한 조건이 검증된 위치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방공미사일부대를 사드 포대로 전환해 운용할 경우 부지와 기반시설 제공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특히 성주에는 호크 미사일이 배치돼있어 대구를 방어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는데 내년부터 대구에 자체적인 방공미사일 기지가 운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드 포대로 전환되더라도 전력 공백은 일어나지 않는 추가적인 장점이 있는 셈이다.
방공미사일 기지가 일반적으로 산간 지역에 설치돼 민간인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지는 것도 선정 조건 마지막인 안전요소에 부합된다.
영남 지역에는 포항과 양산에도 방공미사일부대가 운용되고 있어 사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양산 등은 너무 후방에 있어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거론된다. 영남 지역 후보지 가운데 공항이 있는 예천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항공기의 민감한 전자기기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공항 인근은 운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방부와 정부는 사드배치 장소를 이미 결정해놓고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가 지난 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배치될 장소를 ‘단수’로 결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듯 배치 지역을 보물단지처럼 꼭꼭 숨기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배치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사드배치 부지에 대해서는 현재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내린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보고서 작성을 이유로 배치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에만 얽매이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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