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현역 의원 두 명이 11일 한꺼번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최대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새누리당 홍보비 비리 문제를 두고 본격적 대여 공세에 나섰다.
이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도랑에 든 소다.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한다”며 “우리는 튼튼한 안보, 한미 동맹 없는 한반도를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 또한 등한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사드 반대를 확인하고 또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것도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홍보비리 의혹에 대해 여당과 중앙선관위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자기들이 하면 리베이트 사건이 아니고, 남이 하면 리베이트 사건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그 파렴치함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앙선관위가 국민의당 보도자료는 아침 9시반 경에 배포하면서 새누리당의 보도자료는 온라인 기자들은 퇴근하고, 오프라인 기자들은 마감했고, 방송기자들은 제작시간이 없는 저녁 6시반에 배포한 것 자체가 신보도지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 “새누리당의 광고제작비는 3억 8500만원으로 다른 당에 비해서 월등히 높고, 언론에 의해서 확인된 39개의 동영상 필름이 과연 8000만원으로 그 제작비가 충족될 수 있는지 의혹을 제기한다”며 “(선관위 조사는) 축소·은폐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과 계약한 홍보업체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인터넷 선거운동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조 전 본부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당은 같은 사안인데도 선관위가 야당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대여 공세 강화에 나선 것은 소속 의원 2명이 한꺼번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당에서 박준영 의원까지 3명의 현역의원이 실질심사를 받아 ‘구태 정당’이란 오명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구속되기라도 한다면 안 전 대표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지지율도 이런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2.5%포인트 하락한 14.8%로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인 3월 4주차(14.0%) 이후 15주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은 배경판(백드롭) 색깔도 기존 녹색에서 흰색으로 교체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흰색으로 바뀐 것은 아니고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김수민 의원이 디자인한 진한 초록색의 백드롭 색깔을 바꾼 것은 홍보비 리베이트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한편 이날 박선숙·김수민 의원은 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후 12시 47분께 서울서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김 의원은 “법정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결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 뒤인 오후 1시 57분께 같은 장소에서 박 의원은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란 말을 남기고 피의자심문에 들어갔다.
[우제윤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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