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레이스가 일단 친박계 후보가 여럿 출마하는 ‘다자구도’로 시작됐다.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5선의 이주영 의원은 15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 “무조건 고(Go)”라며 “변수는 없다. 내가 상수(常數)”라고 못 박았다. 최경환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 의원은 이미 경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출마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이정현 의원(3선)도 이날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대표에 호남 출신이 당선되는 것은 정치적 상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실현된다면 그 자체가 정치 혁신이고 새누리당의 대변화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신박(新朴)’으로 불리는 원유철 의원(5선) 역시 최근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4선인 홍문종 의원도 최근 모임에서 최 의원에게 출마 여부를 타진하며, 자신도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모두 출마할 경우 범친박계에서 이주영 원유철, 핵심 친박계에서 최경환 홍문종 이정현 등 모두 5명이 나올 수 있다. 당권을 두고 그야말로 ‘박 터지는 친박’이 되는 셈이다.
비박계에선 아직까지 정병국 의원(5선) 1명만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그는 다음 주부터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 당 쇄신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2004년 당헌당규 개정 이후 12년 만에 당 대표의 권한을 확대하고, 경선도 최고위원과 분리하면서 친박계가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기존의 1인2표제가 아니라 1인1표제로 대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자칫 표 분산으로 당권을 비박 쪽에 내줄 수 있다는 염려가 친박 내부에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인 최경환 의원은 아직 침묵 중이지만 결국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주변에서도 결심을 했냐고 많이 물었지만 확답을 피하더라”라며 “그래도 당을 카리스마있게 규합할 인물은 최 의원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후보 경선을 주관하는 자리다. ‘킹 메이커’의 영예를 얻을 수도 있고, 정권교체라는 멍에를 덮어쓸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에 황우여 전 대표 체제로 박근혜 대선 후보를 뽑았고, 2007년에는 강재섭 전 대표 체제로 이명박 후보를 선출했다. 황 전 대표가 당선된 것은 ‘박근혜 원톱’이던 당내 분위기를 반영했지만 강 전 대표의 경우 친이계 이재오, 친박계 강창희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로 당 안팎의 이목이 옮겨가면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부분의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며 “외부위원들은 내부위원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혁신비대위가 사실상 전당대회 준비 체제로 흘러감에 따라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논의도 전당대회 이후로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혁신비대위는 16일 복당 논의를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계파 청산’인데 비대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공천제도 개선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돼도 변화에 목마른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만 안기고 정권을 내주고 말 것”이라며 “(공천개혁이 없는)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는 과거로의 회귀”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도 이날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내년 대선에 거명되는 인물들은 전당대회에 나올 수 없다”며 “대선 주자 확보에 어려움이 겪는 당 상황을 감안해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헌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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