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에서 미군 카투사로 참전해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고 임병근 일병의 유해가 66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왔다. 고 임 일병의 유해는 21일 부산에 사는 조카 임현식(71)씨에게 전달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임 일병은 1930년 5월 5일 태어났고 1950년8월 입대해 12월 6일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북한땅에서 전사한 임 일병의 유해는 영영 찾지 못할 뻔했으나 북미 합의에 따라 미국이 2000년 미군 유해 발굴작업을 시작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임 일병의 유해는 장진호 전투 지역에서 미군 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한 미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가 찾아낸 유해들에 포함됐다. JPAC가 북한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를 하와이에 있는 본부로 옮겨 정밀 감식작업을 한 결과, 임 일병을 포함한 12구의 유해는 아시아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 군 당국은 이들 유해가 모두 국군 전사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2012년 5월 이들을 한국으로 봉환했다. 6·25 전쟁 당시 임 일병이 부산에서 입대한 점을 고려하면 임 일병의 이동 거리는 부산에서 장진호와 하와이를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2만1000㎞에 달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하와이에서 봉환한 유해 12구 가운데 2구(김용수 일병과 이갑수 일병)는 신원을 확인하고 유족을 찾았지만 임 일병의 신원은 귀국한 지 4년 만인 올해 2월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진호 전투 전사자 유족을 집중적으로 추적한 끝에 임 일병을 기억하는 조카 임씨를 찾아냈고 유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하와이에서 돌아온 이름 없는 유해 10구 중 1구가 임 일병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조카 임씨는“삼촌과 함께 카투사로 참전했던 5촌 당숙이 살아 돌아와 삼촌의 행방불명 소식을 전했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삼촌의 전사 통보를 받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임 일병의 유해를 오는 6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임 일병과 함께 하와이에서 돌아온 나머지 유해 9구는 지금도 유해발굴감식단 보관소에 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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