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막을 내린 20대 총선에서 여의도 복귀에 성공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경기 수원무). 2017년 대선까지 경제 이슈를 놓고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을 상대로도 첨예하게 경쟁을 펼쳐야하는 더민주에게 김 전 부총리의 복귀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평가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수요 부족’입니다.” 19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진표 전 부총리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 경제 위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이후, 특히 최근 8년 동안 양극화가 심해지고 소득분배가 불균등해지면서 소비가 감소됐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투자를 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좀처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김 전 부총리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 정부는 1970년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수출·재벌 중심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 근본적 구조가 공급 부족 상태에서 수요 부족 상태로 바뀌었다. 경제 구조가 바뀌었지만 정부는 과거와 똑같은 정책을 펼치니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 대책으로는 가계 소득 성장에 중심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년간 재벌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뤄졌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법인세 정상화 등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가난한 사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전 부총리는 “오죽하면 IMF나 OECD에서도 한국 경제 위기 원인을 진단하면서 ‘재벌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중산층·서민 소득이 지지부진하다’고 경고했겠느냐”며 “총선을 통한 민심도 경제 정책을 수정하라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한국에도 건강한 자본주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인식 변환을 촉구했다. 김 전 부총리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수퍼 리치(Super Rich)들은 ‘우리 세금을 올려서 미국과 세계 경제의 위기를 구해달라’고 미국 의회에 자발적으로 청원을 했고 이는 미국이 하나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며 “대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미국처럼 자발적으로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이고, 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이다”고 강조했다.
19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정(당시 지역구 기준)에서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소속으로 당선된 김 전 부총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금배지’를 반납하고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신설 지역구인 수원무에서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4선에 성공했다.
다만 쌀 불법기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점이 변수다. 김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수원시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는 정도의 덕담 수준이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선관위의 검찰 고발은 사실상의 선거개입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민심이 ‘경제’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상황에서 ‘4선 경제통’ 김 전 부총리가 여의도에 복귀하면서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경제 정책 운영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정치를 재개했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당대표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당이 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 데모만 잘하는 야당보다는 대안과 정책을 갖춘 야당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 번 호남에서 안해도 될 말을 해서 코너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발언 배경과 자신의 심경에 대해 밝히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경제 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김 전 부총리는 “경제 정책을 수정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메시지를 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화답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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