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끝나면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꼭 1년 8개월이 남게 된다. 총·대선이 같은 해에 열렸던 4년 전과 달리 정국이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직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 ‘잠룡’들도 상당한 부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절묘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뜨고, 누군가는 지게 된다. 7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0%)가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14.3%)이 2위를 했다. 특이한 점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14.2%)가 한주 만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4.1%)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점이다.
◇金, 공천파동이 전화위복될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국민공천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생채기가 났다. 이른바 옥새 파동을 겪으며 대립했던 친박계와 다시 손잡고 유세에 나서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적과의 동침’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영남 지역을 외면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 유세를 집중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여당이 선전하면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이 어느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영남에서 무소속 후보에 의석을 내준 것은 친박계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 대표 역시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겨야 전화위복의 계기를 단단히 마련할 수 있다.
◇文, 호남 피해가면 대권 없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이지만 총선 승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총선 패배시 대권 재도전 자체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호남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 대권 재도전을 위한 핵심 과제다. 그가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반대에도 8~9일 ‘사과’와 ‘경청’을 위해 호남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정면 돌파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문 전 대표는 지난 6일 “호남의 인정을 받아야 대선 주자 자격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모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安, 기호지세로 ‘절반의 성공’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제2야당의 대권 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탈당과 창당, 야권연대 거부라는 일련의 정면 승부를 통해 안 대표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타 있는 상황이다. 만약 더민주가 3자 구도로 인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경우 향후 야권 주도권 경쟁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호남 지지에다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이 가능한 안 대표가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를 가질 여지도 있다. 그러나 더민주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할 경우 안 대표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또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둘 때도 야권 지지층이 패배 책임을 안 대표에게 돌릴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孫,·朴·潘...총선 결과 예의주시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정치 상황에 따라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야권 잠룡들이다. 만약 더민주가 총선에서 참패해 문 전 대표가 낙마할 경우 더민주의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반대로 더민주의 선전으로 문 전 대표의 대권가도가 탄력을 받을 경우 등판 가능성은 낮아진다. 손 전 대표의 경우 20대 총선에서 과거 손학규계 인사 10여 명이 공천을 받는 등 당내 세력도 건재한 편이다. 박 시장과 안 지사는 당내 세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각각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결과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여야의 전체 승부와 충청권 지형 등이 향후 대선 참여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세훈·유승민 등 다크호스 등장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람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전 시장이다. 당내 경선에 출마한 뒤 곧바로 여권 2위로 진입하더니 이젠 김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만약 오 전 시장이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선 준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 수성갑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의 운명은 야릇하다. 두 사람 모두 차기 잠룡이지만 패배한 사람은 사실상 대권 가도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당선돼도 여당 내 기반을 재건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 공천파동을 겪으며 대중성과 무당파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헌철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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