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사상 초유의 공천파동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당 상황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아이러니하게 하게도 기념식엔 새누리당 지도부가 모두 불참하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만 참석하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됐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이날 오전까지 공천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사상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던 탓이었다.
2000년 이후 북한이 저지른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태, 연평도 포격도발 등 3개 서해 도발을 상기해 북한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켜내자는 굳건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여당 지도부 불참으로 빛이 바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국영사의 넋을 기리는 행사에 지도부가 불참함으로써 새누리당의 ‘안보정당’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대한민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의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주요 정상들과 핵테러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단호한 의지를 결집하고 있는 지금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고 여기서 또다시 물러선다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치고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북한이 핵 무장 망상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제재 조치로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고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북한이 감히 도발을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최강의 전투력과 정신력을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 수호를 위해 국방력뿐 아니라 국민의 단합된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이 끊임없이 불안과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국론이 분열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