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기존 북핵 6자회담 무용론을 처음으로 제기하고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을 전격 언급했다.
그동안 한·미·일 3국간 논의는 비교적 원활히 진행돼 왔던 만큼, 5자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5자 회담’ 언급은 1차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북 정책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정책 일관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6자회담은 지난 8년여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데, 과거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 핵문제는 결국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과연 북한을 배제한 회담 제안을 수용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 역할론을 재차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측 협조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중국과는 양국 국민들이 상호교류하면서 문화로 소통하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신뢰를 쌓고자 노력해 왔다”며 “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는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핵개발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있는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실제 5자 회담 성사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5자 회담 언급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게 4차 핵실험으로 확인됐다”며 “(북한이)진정성있는 과정을 걷게하기 위한 외교적 압력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5자 회담 얘기만으로도 북한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겠느냐”며 “중국이 5자 회담을 수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박 대통령 제안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지 상당히 고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향후 대북관계 구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렵고 정체상태가 불가피할텐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대북정책의 확고한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원칙있게 접근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일단 대화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개성공단 운영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며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우리 국민들 안전과 보호에 유념하고, 항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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