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법 87조를 활용해 단독으로 추진 중인 국회선진화법 개정(국회법 개정안)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반대 의사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데다가 정 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문제를 고리삼아 적극 압박하면서 정 의장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장은 19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뜻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더라도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천재지변,비상사태, 여야 합의 등으로 제한한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의원 과반수 요구가 있을 경우’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정 의장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평소 선진화법 문제점에 공감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새누리당이 야당에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만 사전통보하고 5분 만에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폐기한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87조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를 소집한 데에 대해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사과를 촉구하고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불가 방침을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운영위의 폭거를 사과하고 본회의 부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의 몰염치한 ‘고의 부결’은 법 취지에 아예 어긋나고 자동상정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법 87조 전략의 수순을 밟는 한편 안철수 신당행이 입에 오르내리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로 정 의장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권성동 의원은 이날 의원들에게 본회의 부의를 위한 서명을 받기 위해 협조 문자를 보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의장의 결단이 국회의 혼란을 막고 왜곡된 의사 결정을 바로잡는 핵심 열쇠”라며 “국회의장이 너무 명분에만 치우치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가 될 것”이라고 정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거취와 관련해 “공공연히 안철수당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면 국회의장이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과 박 총장은 모두 ‘옛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신헌철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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