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8일 낮 12시를 기해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주변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 날에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방송됨에 따라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날 “최전방 10여 곳에서 일제히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만큼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한 만반의 감시·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확성기가 설치된 전방지역 부대에는 최고경계태세가 발령됐고 군은 “북한이 확성기를 타격하면 3~4배로 응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군은 확성기 주변에 토우미사일과 K-9 자주포 등을 배치해 북한의 공격에 즉각 대응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 도발 위협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평시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강력하고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국민의 단합”이라고 말했다.
북한군도 대남 감시를 강화하고 최전방 일부 포병부대의 장비와 병력을 증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은 크게 ‘뉴스’,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동질성 회복’, ‘북한 체제 비판’ 등을 담고 있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이날 “드라마, 음악 등도 내보는데 최근 유행하는 가요와 K POP도 틀어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와 4차 핵실험을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의 대북정책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이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한 후 “중국만의 독특한 대북접근법이 있었고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입장을 존중해 왔지만 이제는 북한에 대해 평소처럼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북한이 4번째 핵실험을 감행할 때까지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던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북·중 교역 축소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포괄적 금융제재, 북한 선박 중국항 입항 금지 등을 강력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국이 이를 수용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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