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두려워하는 첨단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7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이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반도에 투입할 전략 자산(무기)은 B-52 장거리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폭격기와 전투기는 한반도로 날아오고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등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 기지에서 출발해 투입된다.
폭격기는 유사시 북한에 핵 보복용이고 다른 전략 무기들은 전쟁 지휘부 등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다. B-52 폭격기는 공대지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주로 야간에 작전을 하는 B-2 스텔스 폭격기는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평양의 주요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 무기 투입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미 양국은 작년 8월 북한의 지뢰·포격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급격히 고조됐을 때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검토했다. 군의 관계자는 “아직 어떤 전략자산을 언제 전개하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능력 진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며 “지난 3차 핵실험 당시 무력시위 수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위기를 고조시킬 때는 B-52와 B-2가 한반도에 전개돼 가상의 목표를 타격하는 폭격 훈련을 했었다.
북한이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국방부는 “언제든지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4차 핵실험 평가 및 대책’을 보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대북 군사 옵션에 확성기가 전부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은 전략 무기 투입 이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모든 확장억제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특히 미국 국방부 측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한미 공동대응 방안을 공동문서로 발표할 것을 우리 측에 요청, 공동 언론발표문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확장억제 개념은 동맹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받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보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동맹을 미국의 ‘핵우산’ 아래 놓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확장억제능력과 수단에는 핵우산과 재래식타격 전력, 미사일방어(MD) 능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과 4D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해 군사·외교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을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하기 위한 4D 작전계획은 유사시 북한의 지상 미사일 발사대와 이동식 발사대(TEL),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까지 타격 대상에 포함한다. 지난해 11월 2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4D 작전계획 수립 이행지침이 승인됐다. 이 지침에는 4D 작전계획과 연습계획 등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4D 작전계획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작계 5027’을 대신해 새로 만든 ‘작전계획 5015’에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확장억제수단은 3월 초에 실시될 한미연합연습인 ‘키리졸브(KR) 독수리연습(FE)’을 전후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대응으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맥 손베리(공화·텍사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에서 “미국은 반드시 한국과 공조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 본토에서도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로저스(인디애나)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사무실에서 연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북한은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능력을 개발해 왔다”면서 “이제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승낙하도록 해야 할 시기”라며 사드 배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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