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슬람 국가(IS)’에 동조하는 국내 거주자가 10여명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테러 방지를 위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테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법규정으로는 테러가 실제로 일어난 뒤에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안보 전문가들은 일단 대테러 전담기구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가 대테러 대응 지침’이 대통령 훈령으로 규정돼있지만 대테러 조직을 만들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룰 뿐 실제 테러 방지 업무나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입장이다. 대테러 수사를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는 테러 관련 정보를 알아도 정식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등 손발이 묶여있는 셈이다. 테러를 기획하거나 모의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테러가 일어난 뒤에야 형사적 처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민간인이 북한과 연계 속에서 국가에 위해를 끼치는 활동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최근 알려진 것처럼 IS를 지지하고 테러 가능성이 있는 민간인을 당국에서 수사하고나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현재로서는 수사기관이 대테러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테러방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수사를 하려면 영장을 받아야하는데 법이 없기 때문에 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며 “외국인은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강제출국 시키면 되지만 ‘외로운 늑대’처럼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동조자들은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처벌 할 근거가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당의 이병석 의원, 서상기 의원, 송영근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이 계류돼있지만 야당이 국정원에 권한이 집중돼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테러집단에 대한 실시간 감청과 자금 추적을 위해 통신비밀보호법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융정보분석원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아직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통신사들이 감청장비 보유를 의무화하고 정보를 요구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할 경우엔 처벌하는 벌칙조항도 필요하다”며 “국가정보원 비대화가 우려된다면 국민안전처 산하에라도 대테러 전담기구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사후적인 감시수단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종인 특보는 “개인적으로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수사기관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감시하면 된다고 본다”며 “준법감시위원회는 여야가 동수로 위원을 추천하게 하는 등 객관적인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테러방지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테러방지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에 대테러대책 TF(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그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한 미온적 대응에 비판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테러기능과 관련, 정보위, 국방위, 미방위 등 관련 상임위 간사가 참여하고 정책위의장이 총괄하는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대테러대책 TF’를 설치하겠다”며 “여당, 국정원, 시민단체와 대화하면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안두원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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