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방문비자 접수 시스템에 수천명 무단 등록

한국 정부가 중국동포들에게 올해 4월부터 발급 중인 동포방문비자(C-3-8)의 신청 예약 전산시스템에 수천명이 무단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외교부와 주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이 조사에 착수했다.
동포방문비자는 이미 12만명의 중국동포가 예약해 내년 3월까지 각자 비자 신청 날짜를 배정받은 상태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선양 총영사관에 따르면 전체 중국동포의 87%(약 160명)가 거주하는 동북 3성을 담당하는 선양 총영사관은 이달 초 정상적인 사전 예약을 거치지 않은 동포방문비자 신청이 무더기로 접수된 것을 적발했다.
영사관은 인터넷을 통해 비자 발급을 예약한 동포의 명단은 외교부 전산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확인되지 않은 신청자들이 포함된 것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비자 신청 사례들은 진짜와 똑같은 예약 접수증을 PC에서 출력해 첨부했을 뿐만 아니라 외교부가 관리하는 예약 전산시스템에도 버젓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면서 "전산 예약 접수 일자가 공식 접수기간과 달라 부정 예약 사실이 발각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멋대로 정부 전산시스템에 명단을 올린 게 프로그램의 오류를 파고든 것인지 전문적인 해킹에 의한 것인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 신청을 대행하는 현지의 일부 여행사와 브로커는 새 비자가 급하게 필요한 동포들을 상대로 "한 달 안에 동포방문비자를 받게 해주겠다"고 현혹해 많게는 1인당 3500위안(57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영사관 비자 발급 수수료 585위안(9만5000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재까지 외교부 비자 예약 전산시스템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름을 올린 중국동북 3성 동포는 2700여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1200여 명은 선양 총영사관에 실제로 비자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브로커들이 자신들의 고객 명단을 비자 신청을 원하는 날짜에 끼워 넣은 점 등으로 미뤄 해당 전산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선양 총영사관은 동포방문비자 발급이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이런 수법의 끼워 넣기로 최종 심사까지 통과해 발급된 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정상적인 예약을 거치지 않은 비자 신청을 반려 중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