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가 사실상 오늘 청문회를 끝으로 끝납니다.
핵심증인이었던 김용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청문회에 나왔지만,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증인들 변론하는데 급급했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민주당은 정작 멍석을 깔아줬더니 손가락만 빨고 쳐다보는 격입니다.
여야 특위 위원들의 질문은 무뎠고, 증인들은 증인선서를 거부할 정도로 당당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당 국회의원(8월16일)
-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본인이 떳떳하면 왜 증인 선서를 못합니까."
▶ 인터뷰 : 김진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8월16일)
- "법에 보장된 증언 거부권을 증인이 행사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몰아붙이고…."
▶ 인터뷰 : 원세훈 / 전 국가정보원장(8월16일)
- "(조직적으로 선거 개입했다 이렇게 검찰은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용판 / 전 서울지방경찰청장(8월16일)
- "(권영세 상황실장하고 상의했습니까? 김용판 증인?) 박원동·권영세 제가 수차례 통화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사실무근의 소리입니다."
이쯤 되면 국정원 국정조사는 왜 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 '댓글녀'를 비롯한 다른 증인들이 출석했지만, 역시 속 시원하게 뭔가 밝혀진 내용은 없었습니다.
신변보호를 위한 가림막까지 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그 역시 눈 요깃거리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국정원 국정조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나 봅니다.
국정조사가 끝나니 이제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까요?
그러나 제자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청문회가 한창인 지난 16일 '2012년 결산안 처리를 위한 8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습니다.
이제 민생국회를 열자는 겁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국회는 이중 잠금장치 돼 있는 셈이다. 야당이 열쇠 하나 갖고 있는데 그동안 장외에 나가면 국회 문 어떻게 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중차대한 결산국회 앞두고 촛불집회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이만하면 됐으니 속히 국회로 돌아오기 바란다."
8월에 지난해 결산을 끝내야 9월 내년 예산안 심의가 가능하고 국정감사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임시국회 소집을 왜 야당과 협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요구했을까요?
혹 민주당이 탈출구로 나갈 수 있는 명분을 뺏어 버린 건 아닐까요?
민주당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김한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진실을 밝히는 문제는 시간이 아닌 의지의 문제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권영세 전 선거종합상황실장 사이에 있었던 수상한 통화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특별한 점심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김 대표의 말만 들어보면 민주당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앞으로 달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특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특검까지 하자니요?
그런데 이 얘기가 다름 아닌 문재인 의원 입에서도 나왔다는 겁니다.
문 의원은 어제 김대중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국정조사로 제대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분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이 지금 상황에 대해서 사과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받기 불가능한 카드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인정하는 순간, 지난 대선과정의 공정성과 정통성이 전면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이나 박 대통령이 받기 어려운 요구를 한 셈일까요?
또 그동안 수차례 봐왔지만, 특검을 한다고 해서 뾰족하게 뭔가 드러난 때도 없습니다.
특검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면 그때 가서 또 어떡하겠습니까?
민주당도 이런 답답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탈출구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인이 회동을 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하면 된다는 겁니다.
과거 일은 더는 거론하지 않고 말입니다.
3자 회동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최근 김한길 대표도 동의했습니다.
박 대통령만 수용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3자 회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정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니, 일단 세 분이 만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다음은 다음이고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핵심증인이었던 김용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청문회에 나왔지만,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증인들 변론하는데 급급했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민주당은 정작 멍석을 깔아줬더니 손가락만 빨고 쳐다보는 격입니다.
여야 특위 위원들의 질문은 무뎠고, 증인들은 증인선서를 거부할 정도로 당당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당 국회의원(8월16일)
-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본인이 떳떳하면 왜 증인 선서를 못합니까."
▶ 인터뷰 : 김진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8월16일)
- "법에 보장된 증언 거부권을 증인이 행사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몰아붙이고…."
▶ 인터뷰 : 원세훈 / 전 국가정보원장(8월16일)
- "(조직적으로 선거 개입했다 이렇게 검찰은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용판 / 전 서울지방경찰청장(8월16일)
- "(권영세 상황실장하고 상의했습니까? 김용판 증인?) 박원동·권영세 제가 수차례 통화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얼토당토않은 사실무근의 소리입니다."
이쯤 되면 국정원 국정조사는 왜 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 '댓글녀'를 비롯한 다른 증인들이 출석했지만, 역시 속 시원하게 뭔가 밝혀진 내용은 없었습니다.
신변보호를 위한 가림막까지 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그 역시 눈 요깃거리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국정원 국정조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나 봅니다.
국정조사가 끝나니 이제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까요?
그러나 제자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청문회가 한창인 지난 16일 '2012년 결산안 처리를 위한 8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습니다.
이제 민생국회를 열자는 겁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국회는 이중 잠금장치 돼 있는 셈이다. 야당이 열쇠 하나 갖고 있는데 그동안 장외에 나가면 국회 문 어떻게 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중차대한 결산국회 앞두고 촛불집회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이만하면 됐으니 속히 국회로 돌아오기 바란다."
8월에 지난해 결산을 끝내야 9월 내년 예산안 심의가 가능하고 국정감사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임시국회 소집을 왜 야당과 협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요구했을까요?
혹 민주당이 탈출구로 나갈 수 있는 명분을 뺏어 버린 건 아닐까요?
민주당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김한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진실을 밝히는 문제는 시간이 아닌 의지의 문제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권영세 전 선거종합상황실장 사이에 있었던 수상한 통화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특별한 점심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김 대표의 말만 들어보면 민주당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앞으로 달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특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특검까지 하자니요?
그런데 이 얘기가 다름 아닌 문재인 의원 입에서도 나왔다는 겁니다.
문 의원은 어제 김대중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국정조사로 제대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분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이 지금 상황에 대해서 사과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받기 불가능한 카드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인정하는 순간, 지난 대선과정의 공정성과 정통성이 전면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이나 박 대통령이 받기 어려운 요구를 한 셈일까요?
또 그동안 수차례 봐왔지만, 특검을 한다고 해서 뾰족하게 뭔가 드러난 때도 없습니다.
특검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면 그때 가서 또 어떡하겠습니까?
민주당도 이런 답답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탈출구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인이 회동을 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하면 된다는 겁니다.
과거 일은 더는 거론하지 않고 말입니다.
3자 회동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최근 김한길 대표도 동의했습니다.
박 대통령만 수용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3자 회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정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니, 일단 세 분이 만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다음은 다음이고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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