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폭풍 전야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NLL 대화록 공개 논란을 조사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첫날부터 파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위 위원을 바꿔 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으로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교체를, 그리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NLL 대화록 유출 논란을 일으킨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특위는 오전에 정회됐습니다.
NLL 대화록 공개는 여야가 입장을 좁혔습니다.
여야 원내 수석 부대표들은 오늘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화록과 발췌록, 음원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자료제출요구안'을 표결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을 볼 수 있습니다.
대화록 원본에는 과연 어떤 얘기가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NLL 포기 발언을 했을까요? 아닐까요?
특히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정계은퇴'까지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터라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여야 모두 자신 있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어제 시사마이크 출연해 조해진 새무리당 의원의 말과 김경수 노무현재단 본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해진 / 새무리당 의원(7월1일)
-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께서 지금처럼 '공개하라. 공개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내가 후보직 사퇴하겠다' 이랬으면 야당만 동의하면 공개될 수 있었다. 그때는 결사반대하고…"
▶ 인터뷰 : 김경수 / 노무현 재단 본부장(7월1일)
- "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지니까 새누리당이 또 들고 나온 겁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 기록물을 확인하기 전에는 계속해서 들고 나와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건 안 되겠다. 이번에 고리를 끊어야겠다"
어쩌면 여야는 지금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 시선은 어떨까요?
국민은 정말 대통령 기록물을 확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어할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이 문제를 정치적 논란으로 계속 끌고 가는 쪽에 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과유불급이라는 얘기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대화록 공개는 무척 중요한 사안이지만, 만약 이를 정략적 대상으로 삼거나 그렇게 끌고 가려 한다면 국민 시선은 결코 고울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얘기를 귀담아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7월1일)
-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해서 대통령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음에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을 좀 흔들어보려는 본색을 드러낸 것입니다. 정쟁에 불과하고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방중으로 성과 낸 대통령에 이번 사건은 관계없음에도 사과 요구하는 것은 번지수 잘못 짚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7월2일)
- "이명박근혜 정부가 각자 입맛맞게 사실 왜곡하고 조작 진실 드러날 것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국익 손실과 남북관계 파탄, 민주주의 후퇴 책임문제 가려져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이 공개되더라도 해석의 여지를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한게 맞다고 끝까지 주장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국정원 선거개입과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끝까지 주장할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쪽도 완벽하게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는 문제인 듯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다 국민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5.2%포인트 하락한 43.4%, 민주당은 3.8%P 상승한 25.3%로 나타났습니다.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한중 정상회담에도 3.1%P 하락한 60.2%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 6월24~28일. 전국 19세 이상 2,500명. 휴대전화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표본오차 95%±2.0%P)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이 NLL 논란을 지피고,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했지만, 너무 과했던 탓인지 새누리당 지지율은 떨어졌습니다.
너무 지나쳐서 역풍이 불었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민주당 역시 '을을 위한 6월 국회를 만들고, 당 혁신안을 내놓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지금 국정원과 NLL 문제에 온 정신이 팔려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언제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제 여기서 더 나가는 쪽이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정국 주도권은 이런 논쟁적 정치쟁점이 아닌 민생 현안을 챙기는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빨리 정치권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야는 지금 이 얘기를 듣고 있을까요?
아쉽지만, 여야는 오늘도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비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NLL 대화록 공개 논란을 조사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첫날부터 파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위 위원을 바꿔 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으로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교체를, 그리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NLL 대화록 유출 논란을 일으킨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특위는 오전에 정회됐습니다.
NLL 대화록 공개는 여야가 입장을 좁혔습니다.
여야 원내 수석 부대표들은 오늘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화록과 발췌록, 음원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자료제출요구안'을 표결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을 볼 수 있습니다.
대화록 원본에는 과연 어떤 얘기가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NLL 포기 발언을 했을까요? 아닐까요?
특히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정계은퇴'까지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터라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여야 모두 자신 있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어제 시사마이크 출연해 조해진 새무리당 의원의 말과 김경수 노무현재단 본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조해진 / 새무리당 의원(7월1일)
-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께서 지금처럼 '공개하라. 공개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내가 후보직 사퇴하겠다' 이랬으면 야당만 동의하면 공개될 수 있었다. 그때는 결사반대하고…"
▶ 인터뷰 : 김경수 / 노무현 재단 본부장(7월1일)
- "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지니까 새누리당이 또 들고 나온 겁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 기록물을 확인하기 전에는 계속해서 들고 나와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건 안 되겠다. 이번에 고리를 끊어야겠다"
어쩌면 여야는 지금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 시선은 어떨까요?
국민은 정말 대통령 기록물을 확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어할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이 문제를 정치적 논란으로 계속 끌고 가는 쪽에 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과유불급이라는 얘기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대화록 공개는 무척 중요한 사안이지만, 만약 이를 정략적 대상으로 삼거나 그렇게 끌고 가려 한다면 국민 시선은 결코 고울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얘기를 귀담아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7월1일)
-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해서 대통령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음에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을 좀 흔들어보려는 본색을 드러낸 것입니다. 정쟁에 불과하고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방중으로 성과 낸 대통령에 이번 사건은 관계없음에도 사과 요구하는 것은 번지수 잘못 짚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7월2일)
- "이명박근혜 정부가 각자 입맛맞게 사실 왜곡하고 조작 진실 드러날 것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국익 손실과 남북관계 파탄, 민주주의 후퇴 책임문제 가려져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이 공개되더라도 해석의 여지를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한게 맞다고 끝까지 주장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국정원 선거개입과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끝까지 주장할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쪽도 완벽하게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는 문제인 듯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국 주도권을 쥐려다 국민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5.2%포인트 하락한 43.4%, 민주당은 3.8%P 상승한 25.3%로 나타났습니다.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한중 정상회담에도 3.1%P 하락한 60.2%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 6월24~28일. 전국 19세 이상 2,500명. 휴대전화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표본오차 95%±2.0%P)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이 NLL 논란을 지피고,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했지만, 너무 과했던 탓인지 새누리당 지지율은 떨어졌습니다.
너무 지나쳐서 역풍이 불었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민주당 역시 '을을 위한 6월 국회를 만들고, 당 혁신안을 내놓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지금 국정원과 NLL 문제에 온 정신이 팔려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언제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제 여기서 더 나가는 쪽이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정국 주도권은 이런 논쟁적 정치쟁점이 아닌 민생 현안을 챙기는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빨리 정치권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야는 지금 이 얘기를 듣고 있을까요?
아쉽지만, 여야는 오늘도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비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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