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는 사상처음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전문 공개는 물론,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도 모두 처음입니다. 불명예스러운 선례만 남기는 정치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모시고 자세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전문]
▶ 국정원이 결국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습니다. 국정원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공개했다고 했는데요. 잘한 결정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잘했느냐 잘못했느냐가 아니고 저는 어제 그 문건을 읽어보면서 대단히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으로서 대단히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분이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서 국민 앞에 선서를 하고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까지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지금 작은 문젤 가지고 논의할 때는 아닙니다. 그래서 더 깊은 얘길 하고 싶진 않습니다. 나는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 작은 문제라고 하셨지만 사실 작은 문제도 아니죠. 앞으로 파장이 커질 것 같은 것이 더 큰 문제인데요.
-그게 전부 나라의 전체 미래, 국가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정파적으로 싸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런 태도였기 때문에 북한에 가서도 그런 태도가 나온 겁니다. 그게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 무엇 때문에 갔습니까?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분입니다. 국가의 계속성 의무가 있습니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 이사장님께서 어떤 부분이 특히 문제가 있었다고 보세요?
-거기에 가서 한 두 마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태도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 분이 왜 거길 갔어요? 김정일 위원장한테 재가 받으러 갔습니까? 구걸 하러 갔습니까? 지금 한반도의 문제가 뭡니까?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고 자기 백성들을 살리지 못하고 굶어죽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개방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 전체에 재앙으로 될 거예요. 그렇다면 핵 개발을 막고 어떡하든지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해서 동포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면서 점진적으로 평화통일을 하자고 하는 게 목표일 텐데. 가서 한 얘기와 태도를 보세요. 누구 편을 들고 어떤 식으로 얘기하는지.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고 이끌어내는 태도가 아닙니다. 북한에 아부하고 맞춰주고. 저는 이번에 이것이 드러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과거에 대한 시비를 논의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잊어버리고 싶은 역사가 있어요. 몇 번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그것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는 이것을 읽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북한 동포의 문제, 핵 문제, 북한 동포의 인권 문제, 삶의 문제를 동북아 시대에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가 중요하고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이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잘 치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협상 전문가들은 이것이 협상의 기술일 수 있다는 얘기도 하거든요. 지난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 했을 때 당시에도 편을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기분 좋게 친북 발언을 조금 한 게 있었다는..
-협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에요. 협상 기술의 문제라면 우리가 이렇게 당황하거나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협상의 목표입니다. 무엇하러 올라갔느냐. 그게 문제인거예요. 대북 정책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보수 정권이든 좌파 정권이든 큰 문제는 분단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목표지 어떡하든지 북한을 변화시켜서 통일을 열어야겠다는 목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강경하게 할 거냐, 온건하게 할 거냐, 대화를 이렇게 할 거냐, 저렇게 할 거냐는 수단의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이 시대 대한민국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 무엇이고 분단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서 동북아 1등 국가가 되느냐가 목표라면 북한의 변화에 목표를 두고 거기에 통일 목표를 두고 우리가 북한에 가서 협상을 하느냐, 그것이 확실해야 하는데. 내가 볼 때 이번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올라갔느냐를 물어봐야 합니다.
▶ 이사장님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남북관계를 되돌아보면 이 사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시겠어요?
-제가 보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시작입니다. 신뢰프로세스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대화도 했다가 일방적으로 압박도 했다고 하는데 둘 다 작정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북한을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될 텐데 그 대화가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이고 굴욕적인 대화로는 문제가 안 풀린다, 그래서 신뢰관계를 쌓는 대화를 하겠다는 선언적인 내용입니다. 어떤 대화를 구체적으로 할 것이냐는 상대방이 있습니다. 혼자서 정할 수가 없어요. 내가 신뢰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신뢰를 안 주면 할 수 없습니다. 본인 입장을 정리하고 나아가는 초기 단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것이 진화되고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이웃나라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변화할 것입니다. 지금은 진화과정에 있는 대북 정책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조금 더 두고 봐야 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목표를 확실히 가져야 합니다. 그냥 분단을 현상유지하고 적당하게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면 이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이제는 남북통일에 확실한 목표를 두고 어떡하든지 북한을 비핵화하고 개혁 개방하도록 끌고 갈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도 하고 대화도 하고 지원도 하고 협력도 하고 필요하면 압박도 하고. 그것은 다 수단의 문제입니다. 목표를 확실히 세우는 게 지금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목표의 혼란이 많았고 대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을 했어요. 거기서부터 틀린 겁니다. 북한의 변화를 목표로 확실히 하지 않았고 대북 정책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 금방 남북이 크게 화해하고 통일의 길이 열릴 듯 한 제스처를 하고 그것을 가지고 표를 얻는 식을 해온 것이 큰 잘못입니다.
▶ 이번에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요구했던 신뢰라는 프로세스가 깨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대화록을 보세요.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와 말하는 것을 보세요. 남북관계의 진전이 뭐겠습니까. 옛날 김대중 대통령과 같이 만나서 많은 합의를 하고 방문도 했지만 하나도 지켜진 게 없어요. 92년 기본합의서에도 남북한 비핵화 한다고 이쪽의 총리와 저쪽의 총리가 사인을 했습니다. 그 비핵화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남한에 있는 미군 전술핵을 전부 다 바깥으로 내보냈어요. 그리고 지켜졌습니까? 북한은 그때도 핵을 계속 개발하고 있었어요. 약속을 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금방 변화되고 진전되는 거 아닙니다. 남북관계의 변화와 진전은 북한이 얼마나 진정으로 체제변화를 하고 있느냐, 노선의 변화를 하느냐. 지금처럼 대남적화를 기본노선으로 깔고 핵을 개발하고 선군정치를 하고 국민을 폐쇄 경제 속에서 굶게 만드는 시스템을 옳다고 생각하고 유지하는 한 남북한의 진전은 일시적이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 또 하나의 쟁점 중에 하나가 국정원인 것 같아요.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고 이번에도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너무 개입하는 거 아니냐.
-지금 내가 볼 때 모든 사람들이 정치화 되어 있어요. 국민들과 언론까지 정치화 되어 있고 정파화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신문 몇 개를 보는데 이 신문과 이 신문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있어요. 그래서 누구는 정치적이고 누구는 정치적이지 않다,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선 안 됩니다. 내가 볼 때 필요한 부분은 가려야 되겠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처해있는 상황, 대한민국이 풀어야 될 과제에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느냐, 아니면 정파적인 싸움으로 가고 있느냐. 이런 차원에서 제가 볼 때 이런 과거와 역사는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옳고 크게 잘못된 것을 국민들께 알려주고 앞으로 고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 옳은 거라고 얘기하는 것이지 단기적으로 누구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냐.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겁니다. 여야 모두에게 이익이 안 될 것입니다. 과거 잘못된 역사였기 때문에 이제 고치는 것이 중요하지 누구한테도 이익이 안돼요. 국민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역사고 부끄러운 역사고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되는데 그것을 한쪽에선 합리화 하고 편들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기회로 해서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지 몰라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들한테 의미가 있지만 국가 발전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금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이번 국정원 대화 문건 공개도 청와대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할 얘기가 없으면 침묵하는 거죠. 본인들이 할 얘기가 있으면 침묵하지 않는 것이고 할 얘기가 없으면 침묵하는 거고. 그거야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고요. 리더십은 이제부터 두고 봐야 할 겁니다. 그동안 인사와 작년 말부터 금년 초까지 얼마나 안보위협이 많았습니까. 북한이 핵개발하고 남한에 대한 공격을 계속 얘기해서 안보 문제는 이런 문제를 푸느라고 자신의 페이스를 이제 찾기 시작할 겁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올 여름 지나고 가을쯤부터 아마 우리가 비판도 할 수 있고 문제점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은 좀 판단하기에 좀 이르지 않는가.
▶ 여름까지는 지켜봐야 된다?
-당연합니다. 지금 세상이 빨리 변화고 있지만 우리가 풀어야 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도 호불호는 있습니다. 어떤 것을 잘 한다 못한다 하는 제 나름의 판단은 있지만 지금은 얘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내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합니다. 외교력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한미 정상회담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있고요. 한중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시나요?
- 한중정상회담은 대단히 중요한 회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역대 정부와 달리 미국을 방문한 다음에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 우리가 북방 정책을 했습니다. 그것이 1차 북방 정책이라고 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2차 북방 정책을 해야 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반도 상황이 엄중합니다. 중국을 우리의 동북아 미래 파트너로써 반드시 끌어내야 하고 같이 협력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방중은 큰 의미가 있는데 적어도 이번 방중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하명하는 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인간관계에도 인간적인 신뢰가 중요하듯이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자들의 상호신뢰, 인간적인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니까 상호 신뢰 증진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번 기회에 서로 공동의 미래 비전, 동북아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가장 민감한 사안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이번에 가서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 비핵화 문제입니다. 지금 북한이 그대로 핵을 개발하는 한 동북아에 평화는 없습니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핵화 문제를 푸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중국도 그 문제를 같이 느끼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서로 확실하게 합의하고. 아마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기회에 북한을 막지 못하면 동북아는 대단히 어려운 국면으로 갑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개혁 개방 문제입니다. 북한은 지금 바깥으로 핵을 개발하고 선군정치로 나오는 것과 안에서 폐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개혁개방을 못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이것이 같이 가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를 풀지 않으면 비핵화 문제도 풀 기 어렵고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도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도 여러 번 중국에 개혁개방을 권했고요. 사실상 우리가 북한에 여러 가지로 교류 협력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핵에 대해서도 합의하고 북한의 개혁 개방에 대해서도 중국과 한국이 같이 협력해서 유도하자는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탈북자 문제를 중국으로 하여금 절대 북송하지 말아야 된다고 얘기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그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받겠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급하면 임시거처라도 우리가 마련해서.. 중국에 마련하든 러시아에 마련하든 몽고에 마련해서 임시적으로라도 마련해서 대한민국으로 오게 하겠다. 동포의 문제로 우리가 풀 테니까 절대로 탈북자를 북송해선 안 된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얘기하고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야 합니다. 이런 모든 문제가 사실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한국과 중국이 같이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국에 가서 우리가 반드시 평화 통일을 하겠다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지도자가 해외에 가서 우리는 평화통일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하는 얘기를 반드시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통일을 해야만 한중 관계가 더 깊어지고 통일을 하면 한반도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중국 당신들한테도 크게 도움이 되고 만주도 개발하게 되고 동북아가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우리가 중국과 파트너가 되어서 그런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 그러니까 한반도 평화통일을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 지금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지지했습니다. 한미 정상도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만 한중 정상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합의를 가지고 오신다면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고 굉장히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
▶ 말씀하신 모든 부분들이 이뤄져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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