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다시 무덥고 습한 날씨가 시작됐습니다.
요즘 청와대 직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찜통더위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6월10일)
-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서 전력소모를 줄여달라."
이어 박 대통령은 뼈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 각 수석께서도 가급적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
대통령이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는데, 어찌 밑의 직원들이 에어컨을 틀 수 있을까요?
어제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평소 후드티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저커버그는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예의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은 청와대의 후끈한 열기는 정장 차림의 저커버그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저커버그는 대화 도중 연방 물을 마셨고, 박 대통령도 이게 마음에 걸렸는지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도중 '너무 더우시죠?'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한국에서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상상력…너무 더우시죠?
(저커버그) 물을 더 주세요. 웃음"
앞서 중국 실력자인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이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도 주철기 외교 안보수석이 먼저 '약간 덥습니다. 에너지 절약 때문에 에어컨을 안 틀어서…'라고 먼저 말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직원이든, 예방 손님이든 '찜통더위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다른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와대 구내식당 메뉴에 국밥이라도 나온다면 아마 질색하겠죠?
그런데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이 무더운 날에 국밥을 즐겨 먹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한국은행 근처 곰탕집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파를 넣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취재 열기로 국밥 맛을 제대로 느꼈을 수 있을까요?
▶<녹취>: 현오석 / 경제부총리
-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요…"
무더운 날씨에도 두 사람이 곰탕집에서 만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는 없었을까요?
안 그래도 두 사람은 금리와 경제정책을 놓고 수시로 부딪혔던 터라 뜨거운 곰탕을 두고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영 불편했을 법합니다.
그런데 이 더운 날에 또 국밥을 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입니다.
두 사람은 어제 아침 서울 여의도의 한 콩나물국밥 집에서 처음 만나 정치현안을 얘기했습니다.
▶ 인터뷰 :<녹취>
- "(촬영기자) 한 숟갈씩 떠 드세요. 촬영합니다."
아침이니까 속풀이 용으로 국밥을 시켰던 걸까요?
어쨌든, 서로 김을 먼저 넣어주는 훈훈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한 국정조사 문제로 사실 심기가 썩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날도 두 사람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잘 처리하자고 의기투합하기 위해 만났지만, 국정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그냥 국밥만 먹고 헤어졌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민주당과 함께 여러 가지 좋은 쇄신안에 대해서 성큼성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집권 초기의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황 대표님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나요?
경제 정책의 양대 수장으로 사실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현 부총리와 김 총재.
국회 양당의 수장인 황 대표와 김 대표 역시 가깝고도 먼 사이일 수밖에 없겠죠.
서로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국밥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어떤 이들은 '국밥'이 갖는 상징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민 음식인데다, 밥을 국에 말아 먹기 때문에 하나 됨 즉 '상생과 공조'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꽤 그럴 듯한 설명인가요?
이런 이유로 국밥을 선택했다면, 딱히 뭐라 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국밥을 먹는 모양새만 갖췄지, 정작 이들이 상생과 공조를 하고 있는지는 물음표입니다.
국밥만 먹고 별 성과 없이 헤어지고, 제 갈 길 간 것은 아닐까요?
이열치열이라고 청와대는 청와대 나름대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 있는 것 같고, 정치권과 관료들은 뜨거운 국밥을 먹으며 여름을 날 생각인가 봅니다.
우리네 서민들은 뭘 먹어야 긴 여름을 탈 없이 넘길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요즘 청와대 직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찜통더위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6월10일)
-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서 전력소모를 줄여달라."
이어 박 대통령은 뼈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 각 수석께서도 가급적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
대통령이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는데, 어찌 밑의 직원들이 에어컨을 틀 수 있을까요?
어제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평소 후드티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저커버그는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예의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은 청와대의 후끈한 열기는 정장 차림의 저커버그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저커버그는 대화 도중 연방 물을 마셨고, 박 대통령도 이게 마음에 걸렸는지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도중 '너무 더우시죠?'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한국에서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상상력…너무 더우시죠?
(저커버그) 물을 더 주세요. 웃음"
앞서 중국 실력자인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이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도 주철기 외교 안보수석이 먼저 '약간 덥습니다. 에너지 절약 때문에 에어컨을 안 틀어서…'라고 먼저 말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직원이든, 예방 손님이든 '찜통더위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다른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와대 구내식당 메뉴에 국밥이라도 나온다면 아마 질색하겠죠?
그런데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이 무더운 날에 국밥을 즐겨 먹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한국은행 근처 곰탕집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파를 넣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취재 열기로 국밥 맛을 제대로 느꼈을 수 있을까요?
▶<녹취>: 현오석 / 경제부총리
-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요…"
무더운 날씨에도 두 사람이 곰탕집에서 만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는 없었을까요?
안 그래도 두 사람은 금리와 경제정책을 놓고 수시로 부딪혔던 터라 뜨거운 곰탕을 두고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영 불편했을 법합니다.
그런데 이 더운 날에 또 국밥을 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입니다.
두 사람은 어제 아침 서울 여의도의 한 콩나물국밥 집에서 처음 만나 정치현안을 얘기했습니다.
▶ 인터뷰 :<녹취>
- "(촬영기자) 한 숟갈씩 떠 드세요. 촬영합니다."
아침이니까 속풀이 용으로 국밥을 시켰던 걸까요?
어쨌든, 서로 김을 먼저 넣어주는 훈훈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한 국정조사 문제로 사실 심기가 썩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날도 두 사람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잘 처리하자고 의기투합하기 위해 만났지만, 국정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그냥 국밥만 먹고 헤어졌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민주당과 함께 여러 가지 좋은 쇄신안에 대해서 성큼성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집권 초기의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황 대표님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나요?
경제 정책의 양대 수장으로 사실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현 부총리와 김 총재.
국회 양당의 수장인 황 대표와 김 대표 역시 가깝고도 먼 사이일 수밖에 없겠죠.
서로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국밥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어떤 이들은 '국밥'이 갖는 상징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민 음식인데다, 밥을 국에 말아 먹기 때문에 하나 됨 즉 '상생과 공조'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꽤 그럴 듯한 설명인가요?
이런 이유로 국밥을 선택했다면, 딱히 뭐라 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국밥을 먹는 모양새만 갖췄지, 정작 이들이 상생과 공조를 하고 있는지는 물음표입니다.
국밥만 먹고 별 성과 없이 헤어지고, 제 갈 길 간 것은 아닐까요?
이열치열이라고 청와대는 청와대 나름대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 있는 것 같고, 정치권과 관료들은 뜨거운 국밥을 먹으며 여름을 날 생각인가 봅니다.
우리네 서민들은 뭘 먹어야 긴 여름을 탈 없이 넘길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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