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큐익스프레스 CEO 사임… 티몬·위메프 '선 긋기' 비판도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산하 티몬·위메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그룹의 정점에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는 소재조차 확인되지 않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오전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강남 티몬 입주 빌딩에서 피해자들이 구 대표의 행방을 묻자 "최근까지, 이번 주까지 한국에 계셨다"고 답했습니다.
유통업계와 티몬·위메프 피해자 모임에서는 싱가포르에 생활 기반을 둔 구 대표가 이미 해외로 출국했다는 '해외 도주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구 대표가 22일 출국할 예정이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사태가 지난 22일부터 이어지고 있으나, 구 대표는 지금껏 공식적으로 사과나 자금 수혈 등 해결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구영배 대표가 한국에 있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으나 구 대표는 전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큐텐그룹 구조도 / 사진=연합뉴스(금감원 제공)
구 대표는 싱가포르 소재 큐텐(Qoo10 Pte.Ltd.) 지분 53.8%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자 대표 이사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큐텐그룹은 산하에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큐텐은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와 기술전문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구 지오시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구 대표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자회사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큐익스프레스'로 꼽힙니다.
구 대표는 과거 G마켓을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뒤 이베이에 매각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가 자본잠식 등 경영난을 겪는 온라인 쇼핑몰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큐익스프레스에 물량을 몰아주기 위한 전략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 가장 큰 원인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쇼핑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판매대금을 '돌려막기' 하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에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이번 사태 해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는 현재 사내 유보금 등으로 고객 환불에 집중하고 있어 판매자들에게 줄 미정산 대금 1,600억∼1,7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티몬·위메프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금 창출이 끊겼고 부동산 등 남아있는 자산이 없어 '외부 수혈'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구 대표가 어제(26일) 밤 큐익스프레스 CEO직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큐익스프레스를 건지기 위해 티몬·위메프 사태와 선 긋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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